대법, 원고 패소 판결 확정…'국민적 관심 사안에 대한 의혹제기 봉쇄돼선 안돼'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삼성그룹이 검사들에게 '떡값'을 제공해 왔다며 이를 받은 검찰 관계자들의 실명을 폭로한 '안기부 X파일' 사건과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이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김진환 변호사가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노 전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대법원은 "대기업·공직자의 유착관계나 대기업 수사내용이 국민적 관심 사안인 경우 공직자의 청렴성과 수사과정의 공정성은 철저하게 검증돼야 하므로 의혹 제기가 쉽게 봉쇄돼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가 게재한 게시물의 내용이나 표현방식, 공익성, 사실확인을 위한 노력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노 전 의원은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이던 2005년 8월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옛 국가안전기획부 불법 도청테이프에서 삼성그룹이 떡값을 건넨 것으로 언급된 전·현직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노 전 의원은 같은 달 22일에도 '세풍사건 수사' 당시 떡값 검사 7명이 관여해 삼성만 수사대상에서 빠져나갔다며 수사와 감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 전 의원이 공개한 명단에는 떡값을 건넬 당시 서울지검 2차장으로 있다 서울지검장을 지낸 김 변호사도 포함됐다. 김 변호사는 "도청물에는 실명이 나오지 않았는데 노 전 의원이 확인이나 검증 없이 실명을 공표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1억원의 손배소를 냈다. 1심 재판부는 "국회의원이 게재한 글에 대해 대중은 별다른 의심 없이 진실로 받아들이는 점과 검사라는 사회적 지위에 있던 원고가 입은 명예훼손의 정도가 큰 점이 인정된다"며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노 전 의원이 주장한 내용을 허위로 입증할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삼성과 관련된 검찰수사에 대한 피고의 비판적 입장과 수사팀에 대한 감찰 요구 등의 의견을 표명하거나 주장하는 내용으로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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