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김철현 기자]미국과 중국, 유럽 등 선진국의 환율 전쟁 속에서 올 들어 한국의 통화절상률(환율하락폭)이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작년 말부터 6개월간 통화절상률은 3.7%에 이르고 원·달러 환율이 900원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환율이 2%포인트 하락하면 상장사 순이익이 2조~3조원가량 줄어든다는 추정치를 감안하면 올해 4조~5조원가량의 순이익이 줄어든다는 전망도 제기됐다.11일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 대비 0.8원 내린 1016.4원으로 장을 시작했다. 지난 9일 종가 기준으로 원ㆍ달러 환율은 달러당 1016.2원. 지난해 말 종가인 1055.4원보다 3.7% 절상됐다. 일본 엔화와 유로화 등 주요 17개국 통화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에 인도네시아 루피아의 달러 대비 절상률은 3.2%, 말레이시아 링깃은 2.5%, 엔은 2.4%, 필리핀과 터키 통화는 각 1.9%, 싱가포르 달러와 유로는 각 1.1%, 태국 바트는 1.0%, 쿠웨이트 달러는 0.1%였다.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한 것은 선진국의 돈 풀기 전쟁 속에서 다른 신흥국보다 경제 기초체력이 좋은 한국으로 돈이 몰리면서 원화가치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기름을 붓는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유럽에서 풀린 유동성이 신흥국으로 쏟아지면서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에 낀 한국으로 더 많은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크레디트스위스와 모건스탠리 등 해외 투자은행(IB) 10여 곳은 5월 이후 원ㆍ달러 환율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으며 5월 말부터는 환율을 '세자릿수'까지 내리는 곳이 속속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9일 크레디트스위스는 올 연말 원ㆍ달러 환율 전망치를 기존 1055원에서 975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같은 날 모건스탠리는 올해 4분기 환율 전망치를 1125원에서 1000원까지 내렸고 내년 상반기도 1100~1075원에서 980~960원으로 낮췄다. HSBC홀딩스는 지난달 29일 내년 1분기 환율 전망치를 1030원에서 995원까지 내렸다. 이들이 환율전망치를 내린 이유는 글로벌 달러 약세와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원화 강세로 수출경쟁력 약화와 수익성 악화, 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우리투자증권이 2000년 이후 원ㆍ달러 환율이 2% 이상 급락한 7번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환율이 2% 이상 하락하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연간 순이익은 평균 2~3% 이상 줄었다. 올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순이익 전망치를 80조원대 중반 수준으로 잡고 환율이 평균 2% 이상 떨어진다고 가정하면 상장사 순이익은 2조~3조원 이상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총괄팀장은 "환율이 하락하던 2009년과 2010년에는 수출 물량이 늘어나 마진 감소를 상쇄해줬다"며 "당시 이익과 주가가 비교적 탄탄한 흐름을 보였다"고 말했다. 강 팀장은 "6월과 7월 수출은 각 500억달러 중반 수준에 이를 것"이라며 "수출증가분이 원ㆍ달러 환율 하락이 기업 이익 악화에 미치는 영향을 상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더욱이 원화가 엔화에 비해 상대적 강세를 보이면서 일본과의 수출경쟁에서 불리해진 한편 미국의 금리인상과 같은 대외 위험요인도 상존하고 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원화 절상이 수출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관광수지 적자 폭을 확대시켜 내수 경기에도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모간스탠리의 최근 보고서도 "3분기부터 한국 내수시장 회복이 재개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수출 기업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원화 강세 현상이 올해 하반기의 우려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당국은 미국의 금리인상등 대외 여건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경제ㆍ인문사회계 연구기관장들과 오찬 간담회에서 "세계경제의 하방 위험이 남아 있고 미국 양적완화 축소로 신흥국 경제의 취약성과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하반기에 대외 위험 요인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김철현 기자 kc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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