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을 전자책으로 구매해 내려받았다. 서문을 읽고 바로 15장 '글로벌 부유세(A Global Tan on Capital)'로 넘어갔다. 피케티가 공을 들인 핵심을 빼놓고 도입과 결론 부분부터 읽는 것은 이미 다른 사람들이 요약한 내용을 많이 접했기 때문이다. 피케티는 서구 선진국의 통계를 중심으로 지난 300년 동안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웃돌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1930년에서 1975년 사이에만 이 관계가 역전됐지만 이는 두 차례 세계대전과 대공황 등으로 인해 예외적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으면 돈이 벌어들이는 돈이 임금소득보다 더 빨리 불어난다. 금융자산과 부동산 등을 가진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의 소득 차이가 벌어진다. 피케티는 소득불평등이 상속을 통해 이어지는 '세습자본주의'의 도래를 경고한다. 이어 글로벌 부유세를 매겨 소득분배 악화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분석의 원본을 들춰보지 않은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 피케티는 '왜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게 유지되는지' 원리를 설명하지 않는다. 과거 통계로 뒷받침할 뿐이다. 자본주의의 구조와 그 속에서 소득분배에 영향을 주는 요인의 상호작용의 결과로 그렇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 따라서 설령 지금까지 추세가 그랬다고 해도 앞으로도 그 격차가 지속될지, 분석 대상을 개발도상국으로 바꿔도 그렇게 될지는 의문이다. '왜 그런지'가 왜 중요한가. 결과를 낳은 구조와 요인을 알면 그 틀이나 변수에 영향을 줘 다른 결과가 나오도록 할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27일자 사설에서 이 점을 들어 피케티를 비판했다. FT는 "부의 분배가 불평등해진다고 하더라도, 왜 그렇게 되는지 그 원인을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다음과 같은 예를 들었다. "치솟는 런던 부동산 가격은 집을 소유한 쪽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이 현상을 완화하는 해법으로 더 많은 주택을 짓지 못하도록 하는 도시계획상의 규제를 깨는 시도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정치인들이 정책적인 목표에 따라 세제에 손대는 것은 그 다음에나 할 일이다." 필요하면 세금을 더 매겨 소득불평등을 완화해야 한다. 이는 결과를 고치는 접근이다. 가능하면 원인을 파악해 바꾸는 쪽이 낫다고 본다. 백우진 국제부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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