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 '국조특위 여야 합의 안되면 국회 안 떠나'

[아시아경제 장준우 기자]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27일 여야를 향해 "국정조사 특위 합의가 안 되면 국회를 떠나지 않겠다"며 합의를 촉구했다. 당초 이날 채택될 예정이었던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계획서가 여야의 이견으로 사실상 무산되자 보다 못한 유가족들이 나선 것이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 가족대책위원회 소속 유가족 130여명은 이날 오후 국회를 방문해 이완구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김한길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박영선 원내대표,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 등 여야 지도부를 만났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여야를 향해 국조 특위 개최가 지지부진 한 데 대해 질타하고, "여야 특위 간사와 수석부대표가 합의 할 때 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겠다", "결론을 내지 못하면 청와대로 가겠다"며 즉각 합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여야 지도부는 각각 서로의 입장을 설명했다.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조사를 정상적으로 가동하기 위해서는 청와대 비서실장 등 사고와 관련 있는 증인 명단을 계획서에 명시해 원활한 국정조사를 하자는 반면, 새누리당은 일단 특위를 열고 난 다음에 증인 출석 여부를 논의하는 것이 관행이고 원칙이라며 이견을 보였다. 여야 지도부가 서로의 입장차만 보이자 유가족들은 "각 당의 입장을 설명 듣고 지지를 할 거냐 말 거냐 하자는 게 아니다"며 "왜 우리 가족들을 공감할 생각을 안 하고 머릿속 대책만 말하려고 하느냐"고 거세게 질타했다.특히 여당에게 질타가 쏟아졌다. 유가족 중 한명은 "심재철 특위 위원장 내정자는 본회의 에서 누드사진을 본 사람 아니냐, 지난 국정조사에서도 아무 성과 없이 끝낸 사람 아니냐"고 지적하자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그런 말씀을 하시면 할 말이 없다. 당내 의원에게 무한한 신뢰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유가족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탄식했다. 한 유가족은 이 원내대표를 향해 "여당이시니까 원내대표로서 아량을 보여 한발 양보 할 수 없나"고 묻자 이 원내대표는 "이건 법과 원칙의 문제"라고 못 박았다.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우리는 한시라도 빨리 국정조사 특위를 열자는 입장"이라면서 "특위 전에 증인을 정하겠다는 건 본말이 전도 된 것이다. 오히려 야당이 특위 개최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에 박영선 의원이 "여야 특위 간사와 원내수석부대표 4명이 당장 나가 협의를 하고 본회의를 하면 되지 않겠냐"고 제안했고, 여당은 이를 받아 들여 국회 의원회관 내 간담회장에서 협의를 진행했다.그러나 한시간 반 가량 회의가 진행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김재원 수석이 잠시 급한 용무가 있다며 자리를 비우자 나머지 3명은 김 수석을 기다렸다. 한 시간 후 회의장에 다시 나타난 김 수석은 들어간지 5분 만에 회의장을 빠져나와 사실상 회의는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김 수석은 "특위와 관련된 건 특위 간사에게 위임한 것이지 나와는 상관이 없다"며 회의 자리를 떴고, 이어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대회의실에 모여 있는 유가족들에게 "심재철 특위 위원장 임명을 철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유가족들은 "그런 것을 바란 게 아니다. 언제 심재철 위원장을 자르라고 했냐"며 강하게 반발했고 즉각 특위를 가동하고 진상규명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 과정에서 유가족 일부는 이 원내대표를 향해 "말 똑바로 하라"며 고성을 질렀고, 이 원내대표도 "여러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을 왜 모르십니까"라며 언성을 높이면서 장내가 한동안 소란해지기도 했다. 김재원 수석도 유가족들을 설득하기 위해 "당장 우리도 특위를 열려고 하지만 야당이 막고 있는 것"이라고 같은 설명을 되풀이 하자, 유가족들은 "그만하라. 자꾸 그러면 청와대로 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런 사실을 다 말씀드리겠다"며 "합의가 될 때까지 국회를 떠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여야 원내수석부대표와 여야 특위 간사 4인은 다시 회의를 열고 협의에 들어갔다. 김재원 수석은 "여기서는 특위가 진행이 안된다"며 사실상 협의를 거부할 의사를 보였고. 김영록 수석은 "합의가 될 때까지 협의하겠다. 합의가 안 되면 방에서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회의장 앞에서 유가족은 "잠도 못자고 아파죽겠다. 우리가 여기와서 왜 기다려야 하나"면서 "이러다 밤 샐거냐. 이러다가 우리 아이들이 죽은 거 아니냐"며 울분을 토했다. 장준우 기자 sowha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