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통일 이후 북한의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한다면, 통일된 독일처럼 선순환 '가치사슬'을 이룰 수 있다" 리비오 스트라카 유럽중앙은행(ECB) 국제정책 국장은 26일 오후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4회 아시아금융포럼'에 참석해 이렇게 강조했다. '통일-금융에 길을 묻다'를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서 스트라카 국장은 3세션 '국제협력과 기대수익' 부문에 토론자로 참여했다. 그는 "통일 직후 경쟁력을 잃었던 독일 경제는 '가치사슬'을 이뤄 회생했다"면서 "통일 직후 경쟁력을 잃었던 독일은 25년 뒤 유럽연합(EU)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국가 됐다"고 말했다. 스트라카 국장은 여러 지표를 언급하면서 독일 경제가 1999년 이후 종전 성장세를 회복했고, 구(舊) 동·서독 지역 사이의 소득 격차 역시 아주 적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성공적인 경제 통합의 배경으로 '재원중립성'을 꼽았다. 부유한 지역에서 소득 수준이 낮은 지역으로 재원을 할당하는 이 매커니즘이 경제 통합의 성패를 갈랐다는 조언이다.스트라카 국장은 통독의 가치사슬 구축 과정도 언급했다. 그는 "통독이 중간재를 수입한 뒤 임금이 저렴한 동유럽 국가에서 역외 가공을 해 수출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키웠다"면서 "이는 통일 이전에는 교역이 불가능했던 체코나 폴란드, 헝가리 같은 저임금 국가와 거래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트라카 국장은 따라서 "한국 역시 통일 초기의 충격은 비슷해도 북한의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통일 한국에 얼마나 많은 자본이, 어떤 성격을 띄고 들어오느냐 역시 통일 이후 경제 통합의 성과를 가를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3세션 좌장으로 나선 박종훈 한국스탠다드차타드 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막대한 통일 비용에 대한 우려를 먼저 전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독일 통일 당시 서독의 1인당 국민소득은 동독의 2배 수준이었지만, 남북한 국민소득은 18배나 차이가 난다"면서 "통일비용은 예상하기 어렵지만, 생각보다 훨씬 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통독의 통일비용 중 3분의 2는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위한 것이었다"면서 남북의 소득 격차를 고려하면, 남한의 지원 비용은 훨씬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허재영 한국투자공사(KIC) 대체운용실장은 "엄청난 통일 비용을 국내에서 조달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상당 부분은 외국인 투자자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고, 프로젝트의 성격상 장기, 10년 이상의 만기를 둔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 실장은 이어 "문제는 과연 우리가 충분한 장기성 투자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느냐 여부가 될 것"이라면서 "장기 자본은 결국 국부펀드 등으로 후보군이 좁혀지는 만큼 KIC도 다른 국부펀드와 협력해 장기적인 북한 재건 활동을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쉬나 그레이튼스 미 미주리대 정치학과 교수는 "외국인 투자가 입장에서 북한은 아직 믿고 투자할 만한 국가가 아니다"라면서 "북한은 여전히 경제 발전과 핵 보유를 함께 꾀하고 있어 경제적 협력을 통해 변화를 이끄는 것과 경제적 압력으로 핵을 포기하도록 하는 것 가운데 과연 어떤 것이 경제적 변혁을 이끄는지 파악이 되지 않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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