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역설', 권력이 檢 품었나 檢이 접수했나

박근혜 정부 요직 곳곳에 법조인 출신…인재풀 한계, 정치의 실종 우려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양성희 기자]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법조인 출신들이 요직에 중용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법조인과 정치인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고 자칫 '정치의 실종'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검사 출신 정홍원 국무총리 후임에 안대희 전 대법관을 지명했다. 안대희 국무총리 지명자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지냈으며 '뼛속까지 검사'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박 대통령이 법조인 출신을 중용하는 이유는 법과 원칙을 중시하는 국정철학과 맞닿아 있다는 시각도 있다. 판사, 검사 등 법조인들은 최상위 엘리트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비상한 머리와 '검증된 국가관'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사 과정에서 현실적인 고민인 인사청문회 통과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서울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법조인들은 평소 사건에 묻혀 살며 기록 보는 것이 주된 일"이라며 "그러다 보니 자기관리가 잘 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치인에 비해 장점도 있지만 전문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의문도 남는다.

▲안대희 국무총리 내정자

그러나 박근혜정부는 방송통신위원장에 최성준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기용하고 감사원장에 황찬현 서울중앙지법원장을 기용하는 등 법조인 출신이 꼭 맡지 않아도 될 자리까지 맡기고 있다. 인재풀의 한계라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법조인 중용의 관행은 바뀌지 않았다. 검사 출신 대통령 비서실장, 검사 출신 총리에 후임까지 검사 출신에게 맡기는 것은 '법조인 돌려막기'라는 우려를 자초하는 대목이다. 특히 검찰은 원칙적으로 성역 없는 수사를 해야 하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권력과 너무 가까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관피아’와는 다른 차원에서 ‘검피아’라는 신조어도 나오고 있다. 검찰과 권력의 경계가 허물어질 경우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의 칼날은 무뎌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는 위치를 넘어 권력의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박근혜정부 최고의 실세로 검찰 출신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꼽는 이들이 있다. 안대희 총리 지명자도 검찰 출신이고, 국정원장 후임 인사도 검찰 출신 인사가 유력한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는 실정이다. 법조인 출신이 총리 역할을 잘할 수 있을지는 의견이 엇갈린다. 성공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법관 출신인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김영삼 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맡으면서 의미 있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총리로서 소신 있게 자기 목소리를 낸 이들은 손에 꼽을 수준이다. 안대희 총리 지명자도 "할 말은 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실천이 가능할지 의문을 갖는 이들도 있다.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국정운영 전반을 아우르는 정무적인 감각과 복잡한 정치상황을 돌파해내는 경험은 수십년간 정치를 해온 이들도 갖추기 어려운 부분이다. '대쪽 총리'라는 평가를 받았던 이회창 전 총리도 취임 4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대법관에서 곧바로 총리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에 정치 현안을 헤쳐 나갈 맷집과 경험을 갖출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무적이고 정치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 자리에 법조인을 중용하는 것을 보며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인사에 대한 경직된 사고를 반영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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