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시장서 가격 경쟁력 하락…완성차·부품, 환율 10원 떨어지면 수출액 7500억 감소[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엔저에 치이고, 원고에 울고.'또 환율이다. 지난해 일본 정부의 양적완화정책으로 인한 엔화약세(엔저) 현상으로 국내 대표 수출업종인 자동차ㆍ부품산업이 타격을 받았다면, 올해 들어서는 원화강세(원고) 흐름이 이어지면서 기업의 수출채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환율에 발목이 잡히는 형국이다. 특히 자동차나 자동차부품산업의 경우 한국과 일본간 수출경합도가 예년에 비해 더 높아진 만큼 국내 관련업계는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원화강세가 국내 자동차산업에 부정적인 건 수출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15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ㆍ4분기까지 국내 완성차업체가 국내에서 생산해 해외에 수출한 물량은 78만7500여대로 전체의 3분의 2가 넘는다. 대부분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같은 제품을 같은 가격에 팔고도 떨어진 환율 탓에 기업들이 손에 쥐는 금액이 줄어드는 것이다.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완성차 및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747억달러 정도인데, 단순 계산으로 따져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7500억원이 날아가는 셈이다.수익이 줄어드는 가운데 한국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도 자동차업계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미국이나 유럽 신차판매 시장의 경우 여전히 외국에서 자동차를 수입하는 물량이 상당수인 만큼 환율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시장이 침체기를 겪었지만 최근 선진시장을 중심으로 회복될 조짐을 보이면서 주요 완성차 메이커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점도 국내 완성차업체에겐 부담이다.한국무역협회가 최근 국내 수출업체 상대로 조사한 결과, 수출기업이 손익분기점으로 꼽은 환율은 1045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특히 자동차 및 부품업종의 경우 손익분기점 환율을 1052원으로 꼽아 타 업종에 비해 저환율에 따른 손실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원자재 수입비중이 낮아 생산과정에서 환율변동 폭을 상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완성차를 만들 때는 수입하는 부품이 많아 환율이 떨어지더라도 부품수입가격을 낮춰 어느 정도 상쇄하는 효과가 있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부품 국산화율이 높아져 비슷한 효과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국내 최대 완성차업체인 현대기아차는 당초 올해 원ㆍ달러 환율이 1050원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경영계획을 수립했으나 이를 수정, 컨틴전시플랜(비상경영계획)을 가동하고 있다. 박한우 기아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최근 실적발표회에서 "환율변동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가 우려된다"면서 "단기적으로 원화강세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원가를 최대한 절감하고 판매를 늘려 수익성이 떨어지는 걸 최소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일본 완성차업체가 처한 상황은 다르다. 엔저의 수혜를 가장 많이 입은 업종으로 자동차가 꼽히는데 단적으로 도요타자동차는 지난해(2013년4월~2014년3월) 영업이익이 2조2921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5% 늘었다. 6년 전 사상 최대치였던 기록을 갈아치웠다.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집계결과, 일본 완성차업체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70% 수준에서 연말께는 340% 수준으로 급증했다. 특히 일본차 빅3인 도요타와 혼다, 닛산은 영업익 가운데 환차익 비중이 50~6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도요타의 경우 지난해 4~12월간 판매는 전년 대비 2.4%, 매출은 17.8% 정도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두배가 넘는 126.8% 늘어났다.주머니가 두둑해진 만큼 전 세계 곳곳에서 공격적으로 외형확대에 나서고 있다. 닛산은 지난해 5월 미국에서 판매중인 모델 중 절반 가량의 가격을 최대 10.7% 낮췄으며 다른 업체들도 딜러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등 공세적인 마케팅정책을 펴고 있다. 신차개발에도 적극 나서는 등 중장기적인 포석까지 염두에 둔 상태다.무역협회가 조사한 한일간 주요 업종별 수출경합도를 보면, 자동차(0.707)나 자동차부품(0.560)은 다른 업종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파악됐다. 수출경합도란 수출상품 구조의 유사성을 수치화해 외국 시장에서 국가간 경쟁정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양국의 자동차산업이 전 세계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는 뜻이다.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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