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장현 기자] "소비자에 대한 배려가 사라졌다", "이사회와 CEO의 주인의식부터 회복해야한다"최근 금융 산업의 신뢰 하락은 금융사가 자초한 일이라는 지적이 나왔다.7일 한국금융연구원이 주최한 '금융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신뢰하락 : 원인과 대응방안' 세미나에 참석한 패널들은 금융권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실적위주의 조직문화를 바꾸고 주인의식을 회복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금융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신뢰하락" 세미나 (사진제공: 한국금융연구원)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금융사고 후 금융사의 '나몰라라식 방치'가 소비자의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그동안 금융사는 사고가 터질 때마다 피해자에 대해 소송으로 몰고 가며 책임지지 않는 행태를 보여왔다"며 "금융사 스스로 소비자에 대한 배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김동원 고려대 초빙교수도 "금융산업의 신뢰도는 제조업 등 다른 산업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올해 2월 금융위원회가 금융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금융회사에 대한 신뢰도는 긍정 16%, 부정 42%로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였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융당국의 노력 또한 53%가 부정적인 의견이었다. 금융사와 감독당국 모두 소비자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는 뜻이다.금융권의 무너진 신뢰회복을 위해선 실적 위주의 조직 문화를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김 교수는 "금융 산업은 그동안 실적 위주, 핵심성과지표(KPI)에 얽매이는 영업 관행이 굳어져있었다"면서 신뢰 회복을 위해 고객 우선의 문화를 내재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를 위해 "금융사 이사회부터 주인의식을 가져야한다"고 말했다. CEO의 의사결정을 견제하지 못하는 '거수기 이사회'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도 "중요한 것은 기업문화"라면서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금융사에 고객 우선의 조직문화가 자리 잡지 못하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금융사의 지배구조'를 꼽았다.배 소장은 "새로운 조직문화가 만들어지기 위해선 CEO의 임기가 보장되는 게 선결조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내 금융사 CEO는 정권에 따라 자리가 위태롭다"면서 "그렇다보니 단기적인 실적주의에 치중하는 경영을 하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된 것"이라고 말했다.김상조 한성대 교수도 "금융사 CEO 임기를 보장하는 것이 책임 경영을 높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김 교수는 "이사회가 CEO 승계 프로그램을 구축해야한다"면서 현 CEO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잠재적 후보군을 발굴, 훈련해야한다고 밝혔다.금융당국의 일관성 없는 감독 관행도 도마에 올랐다.김상조 교수는 금융당국의 자의적인 규제가 금융 산업의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하며 "규제 감독 법령은 제한적인데 당국의 재량권은 많기 때문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사의 업무 범위와 한계에 대해 명확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최성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 소장은 금융당국의 규제 합리화를 요구했다. 그는 "금융이 이 대표적인 규제산업이긴 하지만 규제 일변도로만 간다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다양한 수익원을 창출하도록 규제를 합리적으로 운용해야한다"고 강조했다.금융권의 상호 견제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양원근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은 한쪽에서 사고가 터지면 전체적인 신뢰 하락을 동반 한다"고 지적하면서 "결국 시장 내부에서 각 금융사가 서로를 견제해야한다"고 말했다.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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