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화폐는 각 국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다. 화폐 속 도안이 그저 단순한 '그림'이 아닌 이유다. 우리나라의 50원짜리 동전은 잘 익은 가을벼를 품고 있다.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이 말해주듯 한국적 겸양 문화와 주식을 함께 엿볼 수 있는 도안이다. 천원권 속에는 퇴계 이황 선생의 왼쪽 어깨 위로 명륜당 지붕에 흐드러진 매화를 볼 수 있다. 매화는 겨울을 이겨내고 언 땅 위에서 제일 먼저 피는 속성때문에 선비정신의 상징으로 꼽힌다. 오천원권에는 율곡 이이 선생과 대나무로 유명한 오죽헌만 있는 게 아니다. 뒷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폐 위로 한여름의 수박과 맨드라미가 어우러져 있다. 신사임당 선생이 등장하는 5만원권 앞면에도 포도 넝쿨과 싱그러운 가지가 어우러져 있다. 뒷면에는 절개의 상징인 매화나무와 대나무가 등장한다. 화폐 도안을 통해 삶을 엿볼 수 있는 건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쌀을 주식으로 먹는 방글라데시에서도 1타카화에 벼 그림을 담았다. 덴마크의 10크로너 동전 모델은 주식인 밀과 호밀이다. 모로코에서도 5 상티메 동전의 도안에 밀을 담았다. 포도가 잘 자라는 이스라엘에선 500 세컬림에 잘 익은 포도 그림을 넣었다. 각 국이 사랑하는 꽃이 무엇인지도 화폐 도안을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네덜란드 5유로에는 튤립이, 포르투갈의 100 에스쿠도에는 장미가 담겨 있다. 캐나다의 20달러는 과꽃,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10센트는 백합을 도안의 모델로 택했다. 난은 동서양의 여러 화폐에 등장하는데 인도네시아도 500 루피아의 도안에 난을 썼다. 이외에 중동·아프리카의 나라들은 야자수 도안도 즐겨 사용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0 리얄에, 이라크는 50 디나르에 야자수 도안을 썼다. 튀니지의 10 디나르와 바레인의 10 필스 모델도 역시 야자수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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