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침몰하는 동안 탑승객들의 신고전화가 소방방재청의 119와 경찰청의 112에는 각각 23통과 4통 걸려왔으나, 정작 해양경찰청의 122에는 단 한 통도 걸려오지 않았다고 한다. 119는 육상의 화재ㆍ구조ㆍ구급ㆍ재난, 112는 범죄, 122는 해상의 긴급사태를 각각 신고하는 전화번호다. 그러나 세월호 탑승객들은 122 번호를 몰랐거나 알았어도 절박한 위기상황에서 얼른 기억해내지 못해 익숙한 119와 112 번호로 전화를 걸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는 초동대응 실패가 세월호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점에 비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122는 119나 112에 비해 해상 위치추적을 더 정확하게 할 수 있고, 해경이 운영하기 때문에 해상에서 보다 빠르게 구조활동으로 연결될 수 있다. 해상에서 119나 112로 신고전화를 하면 그 내용이 다시 122로 통보돼야 하므로 그만큼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해경은 해상 긴급사고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2007년 7월에 122 전화번호를 신설했다. 그러나 아무리 해상전용 긴급전화가 있으면 무엇하랴. 해상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그걸 기억하지 못한다면 있으나 마나임이 이번에 확인된 셈이다. 세월호 침몰 사실을 최초로 신고한 단원고 최덕하군도 119로 전화를 걸었다. 이에 119 상황실이 목포해경의 122 담당자를 전화로 불러냈고, 최군과 119ㆍ122 상황실의 3자 간 통화를 통해 해경이 상황을 파악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목포해경이 최군에게 알 도리가 없는 위도와 경도를 묻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면서 대응이 지체됐다. 이는 긴급전화 체계상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애초에 119로 신고된 것이 문제의 발단이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통해 사고 위치를 거의 즉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122의 장점이 발휘되지 못했다. 매뉴얼을 만들고 긴급전화를 도입하면 무슨 소용인가. 지키지 않고, 누구도 알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다. 똑같은 대형 사고가 되풀이 되는 이유다. 122만 해도 119로 통합하는 방안, 119가 122로 자동 전환되게 하는 방안 등 개선책을 강구해야 한다. 차제에 가정폭력(1366)ㆍ사이버테러(118) 등으로 다양해진 긴급전화 체계를 초동대응 능력 강화의 관점에서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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