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총리가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br />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정홍원 국무총리가 27일 전격 사의를 표명한 것을 두고 정치권은 물론 관가는 "예상보다 빠르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관가에서는 지난 16일 세월호 사고발생 직후 보여준 정부와 관료집단의 총체적 난맥상에 대해 대폭적인 조직과 인적쇄신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시기와 폭을 두고는 대체로 지방선거 전후로 갈렸다. 한쪽에서는 이대로 가면 지방선거에서 패배해 이후 국정운영 동력이 급속히 약화될 수 있어 선거전에 내각물갈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에 다른 쪽에서는 지방선거가 정권과 정부의 중간평가에 무게가 실린다는 점에서 선거를 앞두고 내각교체를 할 경우 국정운영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 된다는 생각이다. 더구나 당장은 사고수습과 구조대책이 중요한 시점에서 당장의 내각총사퇴나 부분교체는 성급하지 않느냐는 게 중론이었다.정 총리도 이런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는 회견에서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인 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당연하고 사죄드리는 길이라는 생각이었다. 진작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자 했으나 우선은 사고 수습이 급선무이고하루 빨리 사고 수습과 함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제가 자리를 지킴으로써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사퇴할 것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해석에 따라서는 사고수습이 최우선으로 중요했지만 국정운영에 대한 불신,불만이 가중되고 내각 총사퇴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국무총리가 모든 걸 책임지고 사퇴해 사태를 일단 봉합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선거 전에는 정 총리 혼자만 사퇴하고 선거 이후에 대대적인 개각이 있을 거라는 '2단계 개각설'이 제기된다. 정 총리 개인으로서는 이번 사고수습 과정에서 내각총책임자이나 책임총리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 총리는 사고발생 직후부터 사고수습과 대책을 '진두지휘하겠다'는 점을 총리실을 통해 밝혀왔다. 정 총리는 중국과 파키스탄을 공식 방문하고 귀국 중이던 16일에 급유를 위해 중간 기착한 태국 방콕 수완나폼 국제공항에서 사고상황을 긴급히 보고받고 전화로 장비와 인력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했다.그러면서 세월호 사고의 수습과 사후대책을 총괄할 대책본부를 목포 서해지방해양경찰청에 설치하고 정 총리가 본부장을 맡아 부처간 역할 분담과 조정을 진두지휘하고 18일부터는 매일 현장에 상주한다고 했다가 각종 발표와 지휘체계가 혼선을 보이고 정 총리도 매일 상주가 아닌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정 총리는 17일 무안공항에 도착한 뒤 곧바로 진도 실내체육관을 방문했다가 피해자 가족의 항의를 받아 겉옷 상의가 벗겨지고 물세례를 받기도 했다. 정 총리는 20일에도 청와대를 항의방문하려는 실종자가족과 면담을 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정 총리가 차량에 올라 현장을 떠나려 하자 실종자 가족들이 차량을 막아서고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청와대가 정 총리의 사의를 받아들이면 정 총리는 박근혜정부 초대 책임총리로서 취임 1년 2개월만에 물러나게 됐다. 정 총리는 박근혜정부의 초대 총리로 지목된 김용준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중도사퇴하면서 갑작스럽게 지명돼 새 정부 출범 다음 날인 지난해 2월26일 새 정부 초대 총리에 취임했다. 평가는 대체로 50대 50이다. 대통령을 보좌하며 내각을 통할하고 대내외 각종 현안을 적기에 대응했다는 점 등은 높게 평가된다. 반면에 박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제시한 책임총리제라는 잣대로 보면 책임총리제 실현을 위해 대통령과 총리 모두가 적극적이었는가에서는 '물음표'가 많다.총리실이 내놓은 '정 총리 취임 1년 성과'자료를 보면 정 총리는 지난 1년간 국무회의에 48회 참석했고 이 중 34회를 주재했다. 국무회의를 통해 법률공포안 766건, 법률안 265건, 대통령령안 809건 등 총 2024건이 처리됐다. 세종과 서울청사 간 영상회의는 총 11번이 열렸다. 국가정책조정회의는 총 31회가 개최돼 99건의 안건을 논의했다. 연간 52일의 토요일 가운데 30여일을 민생과 정책현장을 돌아보는 데 썼다. 당ㆍ정ㆍ청 정책협의회는 총 16회가 개최됐다.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공약한 책임총리제는 헌법이 정한 대로 총리에게 장관 임명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을 비롯해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 부를 통할할 실질적 권한을 주겠다는 게 골자다. 정 총리는 박근혜정부 조각 과정에서 총리의 권한인 각료 제청권을 모두 행사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과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내정자를 박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경질할 때 각료 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을 모두 행사했다. 내각 통할권자로서 행정부를 대표해 2차례(국정원 댓글ㆍ철도파업)의 대국민담화도 발표했다.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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