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은행 문 닫을 수 있다'는 각오로 나서라

시중은행장 전원이 어제 한 자리에 모였다. 은행회관에서 해온 금융시장 간담회가 아니었다.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금감원으로 불러들인 것이다. 금융사고가 잇따른 데 대해 금감원장의 일장 훈시를 들었다. 은행장들은 "통렬히 반성한다"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한국 금융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나. 대출 사기, 고객정보 유출, 서류 위조, 고객 돈 횡령 등 온갖 금융사고가 은행ㆍ카드ㆍ보험ㆍ캐피탈 등 금융사를 가리지 않고 터지고 있다. 작은 사고는 대형 금융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의심이 가는 금융거래를 사전에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은행 등 금융사가 내부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거액을 여러 계좌로 분산 예치하는 것과 같은 수상한 거래를 시스템으로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금융사고에 대처하는 매뉴얼을 다시 만들어라. 내부 제보자에 대한 보호와 보상 수준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대출 모집인이 중간에 낀 금융상품 유통과 고객 모집의 후진적 구조도 바꿔야 한다. 직원에 대한 윤리교육 강화는 필수다. 시중은행 직원의 23%가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데 지금처럼 금융사고가 잇따르면 한국판 '월가를 점령하라'는 시위를 부를 수 있다.  감독 당국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금감원의 팀장급 간부까지 금융사고에 연루된 판이다. 은행장들을 불러 혼내는 장면을 보여주는 데 그쳐선 안 된다. 금감원은 '군기반장'이 아니라 '정교한 칼잡이'여야 한다. 다양한 수법의 금융사고를 적발해냄은 물론 경영진까지 엄중 문책하라. 사고가 빈발한 금융사는 문을 닫게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그러려면 정치권의 금융기관장 낙하산 인사는 물론 금감원 출신이 금융회사 감사로 옮겨앉는 인사부터 뿌리뽑아야 한다. '모피아(옛 재무부+마피아)'에 이어 '금피아(금감원+마피아)'란 말이 나도는 현실을 직시하라. 은행장들이 책임을 통감한다면 책상에 앉아만 있어선 안 된다. 푹신한 대형 승용차 대신 기동성 있는 지프를 타고 전국 지점을 돌아보라. 현장에서 직원들을 만나고 문제점을 살펴라. 정치권도 개인정보보호법과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사고 예방 및 고객 보호와 관련된 법안 처리를 더 이상 미루지 말라. 아시아 금융허브는 못 돼도 국민 신뢰는 지켜야 할 것 아닌가.<ⓒ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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