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과연 새로운 경기부양책을 내놓을까.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 3일 ECB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후 "집행위원들이 장기화된 낮은 물가의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비전통적 조치들을 사용하는데 만장일치로 동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추가 부양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장기화된 낮은 물가의 위험'이라는 말은 많은 해석의 여지를 낳고 있다.현재 거론되고 있는 부양 조치들은 기준금리 인하나 미국이 이미 취하고 있는 양적완화 등이 거론된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옌스 바이트만 독일 중앙은행(분데스방크) 총재가 ECB가 자산 매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을 근거로 양적완화가 더 논란이 적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하지만 알리안츠 그룹의 미하엘 하이세(Michael Heise)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일 파이낸셜 타임스 기고를 통해 ECB의 양적완화는 잘못된 방향이라며 유로존에 지속적인 디플레이션의 위험이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ECB가 추가 부양을 고민하는 이유는 지난 3월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0.5%에 그쳤기 때문이다. 소비가 계속 위축되고 있으며 디플레이션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하이세는 유로존 소비가 둔화되고 있다는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 근거로 그는 저축률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든다. 하이세는 일부 국가에서는 되레 저축률이 떨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하이츠는 최근 CPI 하락의 원인은 원유를 비롯한 상품 가격 하락과 일부 유로존 위기국의 임금이 하락한 때문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최근 변동성이 심한 에너지와 식품 항목을 제외한 근원 CPI의 경우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게다가 올해 유로존 경제는 성장세를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면 CPI도 자연스레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짐 오닐 전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부회장이 지난 주말 이탈리아에서 있었던 이탈리아 암브로세티 연례 경제포럼에서 "유로존의 실질적인 디플레이션 위험이 없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이코노미스트도 지난 3일 ECB 통화정책회의 결과와 관련해 대부분 시장 관계자들은 ECB가 지난 3일 회의에서 새로운 부양 조치를 내놓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며 유로존 경기가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로존 경제에서 현재 소비자물가만 문제가 될 뿐 다른 대부분 지표들은 유로존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할 정도로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다.실제 EU 집행위원회가 지난달 공개한 유로존 경기신뢰지수는 102.4를 나타내 2011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2년 말 85.8까지 떨어졌던 이 지수는 지난해부터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박병희 기자 nu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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