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매물 story6]18개 해외공사 계약서 쥔 월척…쌍용건설

공사만 잘 되면 현금 흐름 문제 없어협력업체 지불할 채무만 3000억원…무너진 건설시장이 장애물건설업계 대표 매물, 줄이은 시장 나온 건설사들 미래 점칠 표본

[아시아경제 조영신 기자, 박민규 기자, 배경환 기자, 김철현 기자, 이윤재 기자, 이창환 기자, 임철영 기자]쌍용건설이 법원으로부터 법정관리 개시를 받던 지난 1월9일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은 해외 출장중이었다. 회사의 존폐가 걸린 법정관리 개시를 앞두고 김 회장은 싱가포르로 출국했다.김 회장은 이날 싱가포르 육상교통청의 마이클 림(Michael Lim) 회장 등 최고경영자들과 만났다. 김 회장의 요청으로 성사된 미팅에서 양측은 쌍용건설의 법정관리에도 불구, 계약을 해지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쌍용건설은 육상교통청이 발주한 11억8000만달러(마리나해안 고속도로 482공구 및 도심지하철 921공구) 규모의 공사를 수주한 상태였다.김 회장은 말레이시아로 이동, 현지 발주업체들에게 싱가포르 육상교통청과 똑같은 확약을 받은 후에 귀국했다. 수주업체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해외공사는 계약 해지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동안 김 회장과 쌍용건설이 해외 발주처를 상대로 쌓아온 신뢰가 계약 해지를 막았다는 후문이다.하지만 안도도 잠시. 쌍용건설은 상장폐지라는 또 다른 시련을 겪게 됐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일 쌍용건설에 대해 자본전액잠식 사유로 코스닥 시장에서의 퇴출을 결정했다.쌍용건설의 상장폐지는 오는 11일 최종 결정된다. 지난 1993년 상장 후 21년 만에 증권시장에서 사라질 처지에 놓이게 됐다.쌍용건설 고위 관계자는 "6월 법원에서 회생계획안 인가가 나오면 출자전환 등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국내외 영업활동과 인수합병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증시 상장은 자금조달 목적의 방법일 뿐 폐지로 인해 영업 활동에 제약 받을 일은 없다는 것이다.그러나 M&A 시장에서 쌍용건설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쌍용건설은 지난해 1727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전년인 2012년도 역시 1672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6082억원이다.여기에 쌍용건설이 전체 1400여개 협력업체에 지불해야 할 채무만 3000억원에 달한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시작된 부동산 침체의 상처가 깊은데다 향후 전망 또한 밝지 않은 것이 국내 건설업계의 현실이다.건설업계 M&A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쌍용건설의 경우 현재 국내ㆍ외 현장이 비교적 수월하게 돌아가고 있고 소액주주도 많지 않아 증시 퇴출이 큰 영향을 주지 않겠지만 향후 인수업체가 초기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하고 수주공사 역시 단기간에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라 매입은 다소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쌍용건설의 지분은 채권단이 95%를 보유하고 있으며, 소액주주 보유지분은 2%다.이와 달리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쌍용건설은 지난 1월 법정관리 속에서도 3조원에 달하는 18개 해외공사 모두 계약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여기에 일부 발주처는 현장에만 사용하는 조건으로 공사비 지급 횟수를 월 2회로 늘리거나 성공적으로 완공할 경우 추가 인센티브까지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공사만 제대로 진행되면 현금흐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M&A업계가 쌍용건설을 건설업계 M&A의 가늠자로 보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건설사 매물로는 규모가 가장 큰 쌍용건설의 M&A가 수월하게 진행돼야 건설회사에 대한 시선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M&A 매물로 나온 건설사들이 M&A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파산된 벽산건설은 잇따른 M&A 실패로 퇴출 절차까지 밟고 있는 대표적인 경우다. 지난해 중동 카타르 투자자인 아키드컨소시엄의 M&A 추진으로 활로를 마련하는 듯 했지만 돌연 경영권 인수를 포기하며 수포로 돌아갔다.LIG건설과 우림건설, 남광토건, 동양건설산업 등도 마찬가지다. LIG건설은 지난해 8월 경영권 매각을 위해 공개경쟁 입찰을 추진했지만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유찰된 후 두 번째 M&A 시도마저 실패했다. 몸값을 600억원 후반대에서 500억원대로 낮췄지만 성사되지 못했다.인수를 추진했던 3개 업체들의 자금조달 계획이 문제였다. 계획안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법원은 M&A에 제동을 걸었다.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한 업체 중에는 건설기업과 사업 다각화 목적으로 LIG건설 인수 후 건설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업체도 포함됐었다. 중견이긴 하지만 그룹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지난해에만 네 차례 입찰이 무산된 동양건설산업은 지난해 5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노웨이트 컨소시엄과 본 계약까지 체결했지만 잔금 미납으로 M&A 실패 후 계속해서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3~4곳 업체에 경영권 매각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과는 장담하기 힘들다. 지난달 말 진행한 변경회생계획안 결의를 위한 관계인 집회가 추가자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무산되는 등 변수가 많은 상태다.법정관리 중인 우림건설도 지난 2월에 시장에 나왔다. 채권단 등을 통해 현재 법원으로부터 인수합병을 통한 회생계획을 인가 받아냈다. 아직 인수합병 진행 초기단계인 만큼 인수후보 등은 거론되지 않았지만 쌍용건설이나 LIG건설 등 비교적 몸집이 큰 물건이 빠져야 거론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남광토건도 6번째 주인 찾기에 나섰지만 결과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M&A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 나온 건설 매물이 쌓여있는 데다 이들 업체들이 돌리고 있는 공사도 당장의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아 건설업종 자체가 매력이 떨어진 종목이 됐다"며 "쌍용건설이 건설업계 M&A 바로미터인 만큼 쌍용건설 M&A에 업계의 관심이 크다"고 설명했다.조영신 기자 ascho@asiae.co.kr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김철현 기자 kch@asiae.co.kr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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