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직접 나서서 정상영업 방해하기도-"지나친 개입에 기업 정상화 오히려 방해된다" 우려 목소리 커[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김혜민 기자] 일부 채권단의 경영권 간섭이 도를 넘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부실기업에 대해서는 중간에 발을 빼겠다고 엄포를 놓거나 새로운 주주를 선임하게끔 분위기를 유도하는 등 경영간섭이 오히려 경영 정상화를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2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기도 여주의 한 골프장에서 경영권 분쟁이 벌어졌다. 경영권 다툼의 보이지 않는 곳에는 채권단 세람저축은행이 있었다. 이 저축은행은 골프장을 소유·경영했던 김모 대표에게 후순위 담보대출로 70억원을 대출해줬다.그러나 문제는 담보로 잡혀있던 골프장이 지난해 부도가 나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 처하면서 불거졌다. 경영권을 이임하고 대표 자리에서 내려온 김 씨와 저축은행 관계자들이 골프장을 강제로 점령하고 정상 영업을 방해하고 나선 것이다. 현재 골프장은 김 전 대표와 계약을 맺은 이모씨가 경매 후 인수하겠다는 조건으로 지난해 11월 5억원을 내고 운영 권한을 위임 받아 운영되고 있다. 후순위채권은 금리가 높은 반면 담보가 경매로 넘어갈 경우 담보가치가 낮게 평가되면 원금과 이자를 온전히 돌려받기 힘들어진다.이씨는 나머지 잔금은 이후 치르기로 했지만 김 전 대표와 저축은행이 계약 부당성을 문제 삼으며 퇴진을 요구해 김 전 대표 측에서 경영권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해 둔 상태라고 밝혔다.골프장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나서서 골프장 경매를 지연시키기 위해 가치평가를 높여달라고 이의를 제기하거나 펀드를 모집하겠다고 하는 등 방해 작업을 일삼고 있다"며 "경영권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저축은행이 나서서 하는 것 자체가 월권행위"라고 말했다. 반면, 세람저축은행 관계자는 "정상적인 경영의 일환이며 해당 대출에 관해서도 충당금을 충분히 쌓아 놨기 때문에 대출에는 별 다른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관리 대상 기업에 대한 채권단의 경영간섭은 과거에도 수차례 있어왔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있었던 STX조선해양 대표 선임 문제다. 당시 STX조선 채권단은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STX조선과 자율협약을 맺으면서 강덕수 회장을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게 하고 박동혁 대우조선 부사장을 추천, 신임 대표로 내정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형식적으로라도 최고경영자(CEO)추천위원회 구성 등을 통해 내부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어야 했다는 비판이 많았다. 결국 박동혁 대우조선 부사장은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퇴했다. 그는 "당시에는 채권단의 제안을 거절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며 주채권단의 영향력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바 있다. 채권단이 자금회수에만 몰두해 기업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결정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포스텍은 채권단이 자율협약에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서 경영정상화 계획에 차질을 빚은 케이스다. 포스텍은 지난해 6월 채권단에 선제적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자율협약이행을 제안했지만 KB국민·대구·부산은행이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이로 인해 신규지원 자금이 회사 경영정상화가 아닌 기존 채무 상환에 사용되는 상황에 놓이자 결국 워크아웃을 선택해야 했다. 업계에서는 은행이 손실을 우려해 발을 뺐다는 평가가 팽배했다. 일각에서는 기업 구조조정의 효율성을 위해 채권단 측 관계자를 기업에 내려 보내는 행위에서부터 경영간섭이 시작된다고 지적한다. STX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구조조정 이행을 감독하고 뒷받침하기 위해 본부장 1명과 3명의 실무인력을 파견한 바 있다. 다른 채권은행 역시 각 1명씩 파견으로 내려 보냈다. 기업을 감독하는 것은 채권단의 역할이기도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채권단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이 나오기도 한다. 채권단 관리하에 있는 D기업 관계자는 "채권은행 관계자들이 회사 내에 포진한 이후 씀씀이 하나하나에 승낙을 받아야 하는 것은 감내할 수 있지만 이들에게 밉보일 경우 자금지원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심리적 불안감이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토로했다.이에 대해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주주가 주인인데 채권단이 과도하게 간섭해도 되느냐는 시각과 가치가 많이 떨어진 기업의 경우에는 채권단이 기업의 주인으로서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며 "케이스별로 사안이 다르다 보니 과도한 경영간섭 기준을 판단하기 쉽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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