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얼마 전 판례 검색을 하다가 론스타 사건이 아직도 분쟁 중에 있는 데다 국가가 계속 패소하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론스타는 주식을 매각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기록한 뒤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사법부에서는 그들의 납세 의무 여부를 둘러싸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미국 워싱턴에 있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에 투자자ㆍ국가 소송(ISD)을 제기한 상태다. 투기자본이 끼치는 폐해가 한두 가지가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 과세관청이 보다 공세적으로 투기자본과 맞서야 했는데 실상은 그러지 못했다. 첫 번째 문제는 론스타가 스타타워 빌딩을 매입할 때 발생했다. 당시 지방세법은 수도권에서 법인을 신설하거나 신설 후 5년 이내 부동산을 취득할 때 등록세를 3배 중과하도록 했다. 이는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론스타는 법인을 설립한 지 10년쯤 됐지만 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 휴면법인(A)의 주식을 모두 산 뒤 그 법인으로 하여금 스타타워 빌딩 주식을 매입하는 방법을 동원했다. 상식적으로 보아도 론스타가 A를 이용해 등록세 중과세 규정을 회피한 것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법적 실질'을 중시해 A가 스타타워 빌딩 주식을 취득한 것으로 보아 론스타 손을 들어줬다. 이후 휴면법인을 이용한 거래에 대해서도 등록세(현재는 취득세)를 중과하도록 세법이 개정됐다. 론스타가 과세관청을 한 수 지도한 셈이다. 두 번째 문제는 그렇게 취득한 스타타워 빌딩 주식을 비싼 값에 싱가포르투자청(B)에 매각하면서 발생했다. 당시 지방세법은 어느 주주가 해당법인의 지분을 51% 이상 갖고 있으면 그를 '과점 주주'라 칭하고 그에게도 추가로 간주취득세를 납부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B는 론스타로부터 직접 스타타워 빌딩 주식을 매입하는 대신 페이퍼 컴퍼니 C와 D를 만들었다. 물론 이들 회사의 지분은 100% 갖고 있었다. 그 다음 C와 D로 하여금 스타타워 빌딩 주식을 각각 50%씩 소유하도록 했다. 이러한 절세 전략으로 C와 D는 과점 주주에 해당하지 않아 간주취득세를 내지 않았다. 이와 같은 사정을 보다 못한 대법원이 그간에 적용하고 있던 '법적 실질(B → C 또는 D → 론스타 → 스타타워 빌딩 주식)' 판단 기준 대신에 '경제적 실질(B → 론스타 → 스타타워 빌딩 주식)'이란 새로운 판단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싱가포르투자청이 과점 주주라고 판단했다. 지금 국세청의 과세 근거가 상당수 이 판결에 영향을 받은 경제적 실질에 터 잡은 경우가 많다. 지방 세정이 국세 행정을 가르친 셈이다. 세 번째 문제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주식을 하나은행에 매각하면서 발생했는데 논란은 아직 진행 중이다. 쟁점은 당초 외환은행 주식 매입자가 미국 론스타인가 아니면 벨기에에 설립된 론스타의 페이퍼 컴퍼니인지 여부다. 설령 미국 론스타가 주식 매입자라고 해도 한국에서 과세하려면 고정 사업장(지점)이 한국에 있어야 하는데 그 존재 여부에 대한 다툼에서 과세관청이 계속 패하고 있다. 론스타가 과세관청을 얕잡아 보고 있는 형국이다. 법리를 따지는 법원의 판결은 그렇다 치자. 과세관청은 왜 문제가 있는 현실을 반영해 세법을 보완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대법원에서 경제적 실질이라는 멍석을 깔아주었는데도 입법 미비로 패소한다면 이는 과세관청이나 입법부의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흥미롭게도 국세청과 달리 지방 세정은 순발력있게 대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금융 선진국이 아니다. 외국 투기자본이 들어와 이익을 남기고도 세금을 고의적으로 납부하지 않고 빠져 나갈 수 있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모름지기 국고를 책임지는 과세관청은 외국 투기자본에 공세적으로 대응하는 야성(野性)으로 무장해야 한다.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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