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자회사 KT ENS의 협력업체들이 벌인 대출사기 사건에 금융감독원 간부급 직원이 연루된 것으로 경찰수사 결과 드러났다. 자본시장조사1국 김모 팀장이다. 김 팀장은 금감원 조사가 시작되자 주범 중 한 명인 중앙티앤씨 대표 서모씨에게 조사내용을 알려주어 결과적으로 다른 주범 엔에스쏘울 대표 전모씨의 해외도피를 도왔다. 김 팀장은 서씨로부터 시가 230억원짜리 농장의 지분 30%를 무상으로 넘겨받고 해외 골프여행 등 수억원대의 향응과 접대를 받았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중앙티앤씨 등 협력업체들이 5년간 KT ENS에 대한 허위 매출계산서를 담보로 하나은행 등 16개 은행ㆍ저축은행에서 463차례에 걸쳐 모두 1조8335억원을 대출받고 2894억원을 갚지 않았다. 금액으로 국내 사상 최대규모 금융사기 사건이다. 범인들은 대출금 중 일부로 별장과 고가 아파트를 구입하고 도박까지 했다. KT ENS의 김모 부장이 돈을 받고 이들의 매출서류 조작을 눈감아준 사실도 밝혀졌다. 이같은 엽기적인 사건에 금융시장 파수꾼이라는 금감원의 현직 간부가 연루됐다니 기가 막힌다. 사건의 전모는 아직 다 드러나지 않았다. 김 팀장 말고 다른 금감원 간부 박모 팀장도 조사내용 유출에 협조한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 이런 대규모 대출사기 사건에 연루된 금감원 직원이 한두 명뿐이었다고 믿기 어렵다. 범인들은 대출 돌려막기가 어려워진 시점부터 전방위 로비에 나섰을 개연성이 높다. 그 과정에서 김 팀장이 금감원 내 윗선과 관련 부서 간부를 상대로 로비 대리인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경찰은 수사를 철저히 해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아야 한다. 금감원은 이번 일을 직원 한두 명의 개인적 독직사건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지금까지 드러난 혐의만으로도 금감원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도 모자라다. 금융기관을 감독해 건전성을 지켜야 하는 금감원이 금융기관의 부패는커녕 자기 안의 부패도 막지 못했다. 금감원 내부의 감찰 기능이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관련자에 대한 문책과 대수술이 필요하다. 더구나 금감원은 최근 몇년 새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직원 10여명이 기소됐고, 퇴직자들을 금융기관에 낙하산 투하해 눈총을 받기도 했다. 금감원을 이대로 놔둬서는 안 되겠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