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중의 왕은 봉황새요, 꽃 중의 왕은 모란이요, 백수의 왕은 호랑이다.' 이 말처럼 봉황은 모든 새의 우두머리로 꼽힌다. 앞은 기러기, 뒤는 기린의 모습이고 목은 뱀, 꽁지는 물고기, 용과 같은 비늘, 턱은 제비, 등은 거북이를 닮았다는 문헌 속의 새 봉황은 세상을 평안하게 하는 훌륭한 군주가 황제의 자리에 오르면 자주 목격됐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우리나라에서도 대통령의 상징으로 봉황 문장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상상 속의 동물인 봉황이 실제 존재하는 동물이었다면 지금 복원할 수 있을까. 유전자원은 40억년 동안 진화를 거치면서 생존해 온 생명체로서 인류를 위한 실질적 또는 잠재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는 자산이다. 이 중 현재 유전자원으로 평가되는 가축의 종류는 약 38종, 1만5000여 품종으로 보고되고 있다. 최근에는 유전자원이 인류가 공유하는 산물이 아니라 국가적인 재산으로 간주되면서 유전자원에 대한 선진국과 후진국 간 지적재산권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따라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서도 가축의 유전자원 발굴, 보존과 관리 및 특성평가를 실시하고 농가나 지방의 축산연구기관 및 대학에서 보유한 희소 가축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면서 개체 보존과 복원에 힘쓰고 있다. 무분별한 자연의 개발로 야기되고 있는 급격한 지구환경 및 기후 변화와 더불어 발생되는 인위적 생태계 변화는 더 많은 자연계의 유전자원들을 멸종으로 몰아가고 있다. 가축 유전자원의 경우에도 예외 없이 경제적 가치만을 지향하며 무분별한 외래종이 도입돼 육종사업에 활용되면서 재래종들이 자리를 잃어가고 있고 일부는 악성질병의 확산으로 소실되는 유전자원도 있다. 멸종위기에 처한 가축을 보존하고 복원하는 방법에는 축종별로 차이가 있다. 포유류의 경우 정자, 난자 그리고 수정란과 같은 생식세포와 체세포를 동결 보존해 필요할 경우 인공수정이나 체외수정, 체세포 복제기술 등을 활용해 복원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재래 닭을 포함한 가금류의 경우 이러한 방법으로 복원이 힘들다. 가금류의 경우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중요한 유전정보가 암컷의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지만 암컷의 수정란인 계란 속 난황을 동결 보존할 수 있는 기술이 현재로선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두루미, 매, 황새 등 60여종의 토종 조류들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조류의 12%인 9800여종이 멸종의 위기에 처해 있다. 다행히도 최근 정자와 난자의 전구세포인 닭의 원시생식세포를 이용해 보존과 복원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원시생식세포는 줄기세포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어 나중에 정자와 난자를 무한정 만들 수 있다. 현재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다양한 재래 닭의 혈액 속에서 순환하고 있는 원시생식세포를 분리하고 분리된 원시생식세포를 동결 보존해 장기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을 구명하고 있다. 이 기술이 완성되면 필요 시 보존된 원시생식세포를 꺼내 수정란에 이식해 키메라를 생산한 후 교배를 통해 본래의 특성을 가진 개체를 복원할 수 있다. 닭의 원시생식세포를 활용한 복원 기술이 확립되면 연산오계 등과 같이 멸실 위험에 처해 있는 가금류들의 복원이 가능하다. 더 나아가 전설의 새로 알려진 봉황도 원시생식세포만 있다면 복원 가능할 것이다. 전 세계가 점차 글로벌화되면서 전통 문화들이 사라지고 외국문화가 유입되면서 사고방식도 서구화되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문화가 바뀌듯이 재래가축들도 점차 멸종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사라진 문화를 다시 회복시키기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유전자원 또한 마찬가지다. 부디 가축 유전자원 보존 및 복원 연구를 통해 먼 훗날 땅에서는 오계를 하늘에서는 봉황을 볼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박수봉 국립축산과학원 가축개량평가과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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