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가계부채 급증, 경제에 어떤 영향 미치나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미국의 가계부채 증가세로 올해 미 경제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다고 경제 매체 CNN머니가 최근 보도했다.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ㆍ4분기 미국의 가계부채는 전년 동기보다 2410억달러(약 259조258억원) 증가한 11조5200억달러다. 가계부채 규모가 정점에 이른 2008년 3분기(12조6800억달러)보다는 적어졌지만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한 것이다. 2007년 3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다.노무라연구소의 리처드 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부채증가가 경제성장에 한 몫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모든 가구가 소득 1000달러 가운데 90%를 소비하고 10%를 저축한다고 가정하면 은행으로 흘러들어간 100달러는 누군가의 밑천이 된다.이를 빌린 사람이 소비할 수 있는 금액은 900달러에서 1000달러로 늘어 그 과정에서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이다.금융위기로 촉발된 경기침체에 따라 그 동안 미국인은 돈을 빌리고 소비하기가 어려웠다. 부동산 등 보유 자산 가치가 하락하면서 미 가구 대부분은 소득을 빚 갚는 데 사용해야 했다. 돈 빌릴 여력이 없다는 것은 소비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또 누군가의 소득이 주는 악순환을 유발한다.쿠 이코노미스트는 "한 나라의 경제가 악순환에 빠지면 상황이 수년 간 지속되게 마련"이라며 "이번 가계부채 급증세는 악순환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호재"라고 주장했다.그러나 미국의 가계부채는 경제에 '양날의 칼'이다. 가계부채 급증세가 경제에 항상 좋은 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지난해 4분기 미국 가계부채 증가의 세부 항목을 들여다보니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이 1520억달러 늘었다. 하지만 주택 차압과 파산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가구의 모기지는 되레 줄었음을 알 수 있다.저금리에도 신용등급이 낮은 가구의 경우 주택자금을 구하지 못한다는 것은 미 주택금융 시스템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것, 중ㆍ저소득층 가구의 소득이 충분치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더 우울한 것은 저신용등급 가구의 학자금 대출 부담이 늘었다는 점이다. 교육비 관련 대출은 빌린 돈이 투자로 연결되지 못한다. 따라서 경제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게다가 기업인이라면 은행에서 돈 빌릴 때 갚을 수 있다는 확신을 주기 위해 사업 계획서라도 제출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학자금 융자를 받을 때 차후에 어떻게 갚을지 약속하지 못한다. 신용카드, 자동차 대출, 모기지 대출의 연체율은 시간이 갈수록 낮아지지만 유독 학자금 대출의 연체율만 치솟는 것은 이 때문이다.학자금 대출 대부분은 미 정부가 지원한다. 따라서 학생들이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하면 손실은 미 정부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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