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개 처리 법안 가운데 69건이 단순한 법령 정비나 벌금형 정비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된 법안 10건 중 4건은 기존 법률에서 단어 몇 개만 수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안 처리 실적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의원들의 실적 쌓기나 생색내기용으로 만들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된다.10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달 임시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처리 건수는 158건으로 2010년 2월(181건)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았다. 하지만 이 가운데 68건(43%)은 기존 법령을 현실에 맞게 단순히 손 본 것에 불과했다. 실질적인 제도 개선의 의미를 가진 법안의 숫자는 90건(57%) 정도였다.68건의 법안에는 민법상 후견인 제도가 바뀐데 따른 법령 정비(27건)와 벌금형 현실화(19건) 등이 포함됐다. 민법상의 후견인 제도 도입에 따른 법령정비란 기존 민법상 금치산ㆍ한정치산자 제도가 폐지되고 새롭게 성년후견ㆍ한정후견 제도를 실시함에 따라 그동안 금치산자 등이 포함됐던 법령을 성년후견 등으로 수정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예를 들어 '해양심층수의 개발 및 관리에 관한 법률' 13조는 면허를 취득할 수 없는 사람으로 '금치산자 또는 한정치산자'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피성년후견인 또는 피한정후견인'으로 용어만 바꿨다.벌금형 제도 개선은 단순히 벌금 금액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것에 불과했다. 국회의장 직속 '법정형정비 자문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안에 따르면 징역 1년은 1000만원의 벌금형으로 환산되는데, 이 같은 기준에 맞지 않는 법안을 손본 게 개정의 전부다. 또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는 문구에서 '1500만원'을 '3000만원'으로 인상하는 식이다. 이 같은 법률에는 '소음ㆍ진동관리법', '하수도법', '아이돌봄 지원법' 등이 포함돼 있다.이 밖에 본회의를 통과한 나머지 22개의 법률 역시 한 두 조문만 고쳤다. 예를 들어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의 개정안은 형사사법업무 처리기관으로 열거된 법원, 법무부, 검찰청, 경찰청에 새롭게 해양경찰청을 포함시킨 것이 개정 내용의 전부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단순 법령 정비 또는 간단한 조문 변경 법안 가운데 97%(66건중 64건)가 의원입법이었다. 의원들이 제도개선보다는 문구 수정 작업에 매달렸다는 얘기다. 의원들이 이같이 단순한 법령을 발의하는 이유는 법안처리 건수 등으로 성적을 평가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법령정비의 경우 법안통과 확률이 높은데다 준비 역시 간단하기 때문에 의원들이 앞다퉈 법령정비 건수를 '찜한다'는 지적이다.한 법률 전문가는 "법령정비의 경우 정부가 일괄적으로 정비에 나설 수 있지만 법안 처리 건수 등을 의식한 국회의원들이 먼저 법 조문마다 개정안을 발의하는 일들이 있다"며 "2월 국회에서 법안 처리 건수가 제법 많았던 것은 이 같은 단순한 조문이 다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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