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증거 조작 의혹’ 조사한지 열흘 지났지만 재조사해야 할 판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국가정보원이 서울시 간첩 '증거 조작' 의혹과 관련해 "위조는 없었다"는 답변서를 지난 25일 검찰에 제출함으로써 국정원만 바라보던 검찰은 사실상 원점에서 의혹을 재조사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김진태 검찰총장이 "심각한 상황 인식으로 철저하게 진상을 조사하라"고 지시한 지 열흘이 지났지만 지지부진한 조사라는 비판만 사게 된 셈이다. 검찰은 중국대사관 영사부가 '위조'라고 밝힌 문서 3건의 출처를 쫓아야 하는 상황이다. 주목되는 점은 의혹의 핵심이라는 중국 선양 주재 이모 영사가 아닌 제3의 국정원 현지 요원이 의혹의 문서를 입수했다는 관측이 나온다는 것이다. 또 국정원은 선양 총영사관을 통해 정식으로 발급받은 게 아니라 비공식 경로로 입수한 것이라고 검찰에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의 해명 등이 사건 초기와는 다르다는 점이 주목할 부분이다. 국정원은 초기에 정식 외교라인을 통해 입수한 문서라며 절차의 정당성을 강조했으나 검찰에는 국정원 현지 요원이 비공식으로 얻은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또 이모 영사는 사건 직후 국내로 돌아와 국정원 조사를 받았고 다시 중국으로 돌아갔다는 관측도 있다. 그가 중국에 있어 조사가 쉽지 않다는 검찰 입장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민주당 진상조사단 의원들은 25일 선양총영사관을 방문해 이모 영사를 만났다.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끼고 나온 이모 영사는 "검찰에 나가서 답변하겠다"는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단이 검찰의 수사 전환을 촉구한 이유는 시간이 흐를수록 증거인멸 등이 우려된다는 점 때문이다. 검찰이 이모 영사 소재 파악을 못 한 것인지, 알면서도 조사 시점을 미루고 있는 것인지 분명치 않다. 후자인 경우 검찰의 조사의지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천주교인권위원회는 26일 '증거 조작'에 가담한 혐의가 있는 관련자들을 서울지검에 고발했다. 천주교인권위는 "증거 조작의 한 당사자일 가능성이 높은 검찰이 수사도 아닌 조사에 나섬에 따라 사건의 진실이 묻혀버릴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검찰 관계자는 "중국과 형사사법 공조절차에 나서는 등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있다. 다만 조사 결과를 언론에 그때마다 생중계할 수는 없다는 점을 고려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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