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재벌들 좌불안석…야누코비치 축출에 초긴장

경제 영향력 큰 올리가르히들이 사태 해결 위해 나서야한다는 주장도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야권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의회가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기로 결정했다. 5월로 앞당겨진 조기 대선에 대한 선거운동도 시작됐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축출 이후 급변하는 사태를 바라보는 현지 재벌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우크라이나에서 발간되는 경제주간지 '코레스판던트'는 현지 '올리가르히'들의 재산을 모두 합하면 우크라이나 국내총생산(GDP)의 25%에 이른다고 보도한 바 있다.러시아에서 그렇듯 올리가르히로 불리는 우크라이나 재벌들은 야누코비치 정권과 결탁해 부(富)를 불려왔다. 이들에게 야누코비치의 실각이 반가울 리 만무하다.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주간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급변하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올리가르히들의 운명이 갈리게 될 것이라고 최근 보도했다.우크라이나의 재벌들은 대통령 축출에 대해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최대한 중립적 입장에서 좀 더 지켜보겠다는 것이다.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부 올리가르히의 몰락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최근 반정부 시위 대상이 정치인에서 재벌들로 옮겨가면서 올리가르히는 국민의 분노를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대표적인 예가 야누코비치의 장남인 올렉산드르 야누코비치다. 치과의사인 그는 아버지의 위세를 등에 업고 건설·금융 부문의 재벌로 거듭났다.야누코비치의 최측근으로 현재 총리 대행을 맡고 있는 세르히 아르부조프도 좌불안석이다. 우크라이나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아르부조프 총리 대행은 야누코비치의 대통령 취임과 함께 정계 스타로 떠올랐다. 그는 새 정부에서 일정 역할을 담당했으면 하고 바라지만 이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다.반면 일찌감치 시위대를 옹호하며 야누코비치와 멀찌감치 떨어진 올리가르히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에너지 재벌 드미트리 피르타시, 초콜릿 재벌 페트로 포로셴코, 미디어 재벌 빅토르 핀척이다. 그 동안 이들은 시위대와 직접 만나 지지 의사를 밝히거나 야누코비치 정부를 공식 비난해왔다.129억달러(약 13조8417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우크라이나 최대 재벌 리나트 아크메토프도 주목할만한 인물이다. 그와 그의 아들은 최근 한 달 사이 정부 발주 사업의 50%를 휩쓴 '큰손'이다. 이들 부자는 오랫동안 정치권과 결탁한 결과 동원할 수 있는 의회 의원이 5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그러나 아크메토프는 최근 정부의 강경 시위 진압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이로써 그가 야누코비치에게 완전히 등 돌린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수개월 동안 주판알을 튕겨본 올리가르히들은 유럽연합(EU)과 손잡는 게 장기적으로 득 될 것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이나 재벌들 재산의 상당 부분은 미국·유럽 등지에 있다. 서구가 자산 동결 같은 제재를 취할 경우 이들이 입게 될 타격은 매우 크다.미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 산하 케난 연구소의 매튜 로잔스키 소장은 "우크라이나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올리가르히들이 사태 해결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국민이 일부 재벌을 적으로 규정할 경우 이들은 새 정부에 의해 축출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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