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질문 포함시켜 재조사 후 기존 순위 대입…설문 기준 동일하지 않아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국내 회계투명성 순위 통계가 왜곡 시비에 휘말려 파장이 예상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과 세계경제포럼(WEF)이 사용했던 조사 방식과는 다른 질문 문항을 포함시켜 만든 점수를 기존 IMD와 WEF 점수에 대입해 순위를 집계했기 때문이다. 14일 한국공인회계사회는 IMD와 WEF가 사용했던 동일한 질문을 포함, 국내 상장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 회계투명성 순위가 31위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는 기존 IMD(61개국 중 58위)와 WEF(148개국 중 91위)의 결과보다 무려 27단계, 60단계 높아진 순위다. 문제는 설문조사 방식이 IMD와 WEF가 사용했던 방식과 달랐다는 점이다. 한공회는 IMD와 WEF가 넣지 않았던 세부평가 10개 항목을 추가시켰다. 회계기준 적절성, 기업 회계기준 준수정도, 외부감사 관행과 관련된 질문을 한 다음 IMD의 설문 '우리나라는 기업의 감사와 회계 관행이 적절하게 실행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와 WEF의 질문 '우리나라의 회계감사기준과 공시기준은 강도가 높다고 생각하십니까?'를 물어봤다. 그 결과 7점 만점에 5.18점을 기록(평균), IMD와 WEF(4.15점)의 점수를 크게 앞섰다. 한공회는 이를 종전 IMD와 WEF가 각각 만든 61개국과 148개국 순위에 대입시켰다. 하지만 이는 엄밀한 통계조사 방식에 어긋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계전문가는 "똑같은 질문이라해도 다른 유도성 질문이 들어간 다음 나온 결과와 그렇지 않은 결과는 당연히 틀릴 수 있다. 전자의 질문들이 상정한 상황 때문에 이후에 나올 질문에 대한 상황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설문을 담당한 유정민 한국공인회계사회 연구위원은 "재조사개념으로 실시한 설문이긴 하지만, IMD와 WEF도 우리가 만든 10개 질문을 포함시켜서 설문을 했다면 대답하는 국가들의 성향에 따라서 점수가 올라가거나 떨어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IMD나 WEF의 설문은 국가경쟁력 평가가 중심이고 단일항목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신뢰도가 낮다는 걸 주장하고 싶었다"고 해명했다.일각에서는 분식회계의 이해당사자인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회계투명성 설문이 체감통계와 괴리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회계감사의 주체인 감사인과 각종이해관계가 동떨어진 학계의 의견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감독당국이 지난해말 실시한 기업회계투명성 수준 평가 결과 기업CEO(5.11점/7점 만점), 학계(3.76점), 외부감사인(3.25점)의 견해차가 컸다. 금융감독 당국 고위관계자는 "최고경영자(CEO)들의 회계투명성에 대한 인식이 약해 감리로 분식적발하고 검찰고발, 임원해임권고 등 상장폐지 직전에 가서야 이를 인식하고 부랴부랴 인맥을 동원해서 압력행사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면서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해서는 CEO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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