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 금융사고 피해자와 가해자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금융회사들이 무책임하고 무능한 기관으로 낙인이 찍혔다. 1억400만건 카드사 개인고객정보 유출, 3000억원대 금융사 대출사기 등 메가톤급 금융사고를 예방하지 못했다. 특히 범죄로 악용될 경우 금전적인 큰 피해가 예상되는 개인고객정보 유출 사고에 대해서는 정부와 국민들은 금융사를 '가해자'로 추궁하면서 책임감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압박하고 있다.며칠 전 NH농협카드 사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현장검사에서 "우리도 피해자"라고 발언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구분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고객정보 유출로 국민들이 큰 충격과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 분명 적절치 못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안타까운 생각도 들었다. 한편으로 농협카드도 피해자인 것이 맞기 때문이다. 물론 국민카드와 롯데카드도 마찬가지다.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다. 고객정보에 대한 보안과 관리를 철저하게 하지 못해 국민들에게 피해를 준 부분에 대해서는 가해자고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직원 박모씨에게 정보를 도둑 맞은 면에서는 피해자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사고가 난 이후부터 카드 3사와 KB국민은행, 농협은행 등을 가해자로 취급하고 거세게 책임을 추궁하고 있다. 이미 해당 회사들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줄줄이 사표를 내고 자리를 떠났다. 직원들에게도 존경을 받던 몇몇 임원들도 회사를 떠나야만 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일어나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새해에 회사와 가족을 위해 새로운 희망을 꿈꿨던 사람들이 가해자가 됐고 동시에 피해자가 된 셈이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국정조사와 청문회 등을 진행하면서 금융사는 물론 금융당국 담당자들의 처벌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살얼음 위를 걷는 듯한 이러한 분위기 속에 특히 카드 3사와 KB국민은행, 농협은행 등 임직원들은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 고객정보 유출 사고 이후 거의 매일 같이 사태 수습에 투입돼 연장근무는 물론 주말에도 회사와 영업점 등에 나와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힘들다는 내색도 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3000억원대 금융사 대출사기까지 터지면서 금융사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해당 금융사들은 대출심사시 문제가 없었다며 적극적으로 해명하며 사법기관의 조사 등을 통해 사실 관계가 밝혀지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임직원들 가운데 누군가 문책을 당하거나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피해자이면서 또 다른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60년마다 돌아온다는 청마(靑馬)의 해는 행운을 상징한다고 하지만 금융권은 새해가 시작되자 마자 악운이 계속되고 있다. 사고 수습에 올인하느라 올해 계획했던 경영일정들을 제대로 추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만난 한 금융그룹의 임원은 "새해를 맞아 새로운 희망을 기대했지만 안좋은 일만 계속 생기고 있다"며 "과거에도 금융사고 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올해가 가장 규모가 크고 타격도 막대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금융회사들이 무책임하고 무능한 업무수행으로 고객 등에게 피해를 끼쳤다면 이는 당연히 금융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 다만, 정부와 금융당국이 해당 금융사들을 가해자로만 인식하지 말고 피해자라는 생각도 갖고 사태를 수습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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