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자회사 대출사기 파문…책임공방 예고

펑크난 시스템과 직원의 비리...책임공방은행-자회사 '3000억 법정싸움' 예고저축銀 여신시스템 점검서 포착SPC 세워 매출채권ㆍ인감 위조대출금 대부분 돌려막기로 쓰여지급보증 섰던 증권사도 볼똥[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KT 자회사가 연루된 3000억원 규모의 대출 사기 사건으로 KT는 물론, 은행, 증권사 등 전 금융권이 들썩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구축한 저축은행 감시시스템을 통해 덜미가 잡혔고 금감원은 일단 KT 자회사 직원과 협력업체 간 공모 대출사기라고 판단내렸다. 그러나 피해를 입은 은행은 KT 자회사가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KT 자회사는 회사와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그어 향후 사기대출변제 책임 소재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수상한 대출 징후 포착= 이번 대출 사기는 지난해 말 이상 징후가 포착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구축한 '저축은행 여신상시시스템'을 통해 한 저축은행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수상한 대출거래 내역을 확인했다. 2개 차주에 대한 대출의 주소지가 같은 건물, 같은 층으로 돼 있었던 것. 전화번호도 같았다. 이에 금감원은 동일차주로 판단했고 대출내역을 합치면 신용공여 한도를 초과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금감원은 2월 초 서면검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처음에는 특이점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서류는 대부분 계약서가 갖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자금추적에 들어갔고 흐름이 이상해 KT ENS직원과 협력업체에 추가 서류대출, 증빙을 제출받아 조사한 결과 서류가 조작됐음을 확인했다. 박세춘 부원장보는 "이후 일부 서류를 봤는데 들어온 이체 확인증이 자금추적 후에 나온 서류와는 상이한 것을 확인했다"며 "그때부터 의구심을 갖고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대출 사기는 어떻게 이뤄졌나= 그동안 KT ENS의 협력업체들은 납품한 물품을 담보로 외상대출담보채권(외담대)을 발행해 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아왔다. 협력사들은 KT ENS로부터 받은 매출채권을 특수목적법인(SPC)에 양도해 SPC가 이를 담보로 제공, 대출을 받는 구조였다. 그러나 협력사들이 세운 SPC는 페이퍼컴퍼니에 지나지 않았고 대출담보였던 매출채권은 가공된 것임이 밝혀졌다. 실제 납품거래가 없음에도 KT ENS 직원은 회사 인감까지 도용해 채권양도 승낙서에 승인을 한 것이다. 이에 금감원은 이번 사건을 차주사와 KT ENS 직원이 공모해 가공의 매출채권을 발생시킨 대출 사기로 판단 내렸다. 경찰 수사에서도 KT ENS 김모 부장이 대출을 도와준 대가로 수천만원의 금품을 챙긴 사실이 확인됐다. 매달 수백만원씩 수천만원을 챙겨 받았고 차량 리스 비용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책임소재와 대출금의 행방 논란= 현재까지 밝혀진 대출 잔액은 약 3000억원으로 하나은행 홍대입구역 지점이 1624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NH농협은행 강남역 금융센터점과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은 296억원으로 동일했다. 이외에 BS저축은행 등 저축은행 10곳에서도 800억원가량을 대출한 것으로 확인된다. 대출금은 대부분 돌려막기로 쓰였다. 협력업체와 KT ENS 직원이 가져간 돈의 규모와 은행권의 실제 피해액은 현재 조사 중에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수사 초기 단계여서 대출금의 행방 등에 대한 조사는 진행하지 못했다"며 "협력업체들이 대출금 돌려막기를 위해 대출을 계속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어 SPC 설립 회사 대표 등을 불러 조사해야만 실제 정확한 은행권의 피해액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대출 사기의 규모가 큰 만큼 향후 부실 대출의 책임소재, 피해보상 등을 두고 해당 은행과 KT 자회사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은행과 저축은행은 KT 자회사의 신용도와 연간 납품액 등을 고려해 대출한도를 정했고 매출채권의 세금계산서 등 관련 증빙서류를 확인한 후 대출을 했기 때문에 절차상에도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손실보상은 KT ENS 측에서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서류상에 KT ENS 직원의 서명은 물론 회사의 인감도 찍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KT ENS 측은 회사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납품을 받은 적도 없고 매출채권이 발생한 적도, 지급보증을 한 사실도 없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직원의 개인행위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급보증을 섰던 증권사에도 불똥이 튀었다. 하나은행이 400억원가량의 지급보증을 섰던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에 손실보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증권사는 내부 법리 검토 결과, 지급보증을 서야하는 담보자체가 가짜로 확인된 만큼 지급보증 책임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안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만큼 법리 공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감원은 대출을 승인해 준 금융회사들을 대상으로 여신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대기업 자회사라는 점만 믿고 여신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는지 파악해 보겠다는 것. 류찬우 저축은행검사국장은 "향후 은행기관 검사를 통해 법규위반 사항이나 여신심사를 소홀히 한 상황이 확인될 경우 엄중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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