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밸렌타인데이를 앞두고 설 연휴가 지나자마자 백화점 선물 코너는 초콜릿 바구니들로 채워지고 있다. 밸렌타인데이야 20세기 자본주의 시장이 만들어 낸 '야릇한' 날이지만, 초콜릿은 혀로 느끼는 달콤한 맛 이상의 동화 같은 환상을 갖게 한다. 달콤, 쌉쌀한 초콜릿은 맛도 맛이지만, 피로회복을 비롯 인체의 생화학적 반응에 깊이 개입한다고 알려져 있다. 초콜릿에는 생명현상에 필수적인 단백질 구성요소가 많이 들어 있어서다. 특히 세로토닌 (신경전달 물질의 하나. 트립토판에서 유도되며 일반적으로 행복을 느끼는 데에 기여 함) 합성에 중요한 구실을 하는 '트립토판'(Tryptophan) 함유량이 다른 식품보다 월등히 높아, 초콜릿을 섭취하면 우울증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임신 기간에 초콜릿을 자주 섭취한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기는 행복감을 자주 느낀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니 재미있다. 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코코아 콩의 원산지는 남아메리카의 아마존 강 유역과 베네수엘라의 오리노코 강 유역이며, 초콜릿이 유럽에 전해진 것은 15세기 말 콜럼버스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우리나라에 초콜릿이 들어온 정확한 연대는 확실치 않으나 초콜릿을 가장 먼저 먹어본 사람은 구한말의 명성황후일 것이라고들 한다. 당시 러시아 공사 부인이 서양화장품과 서양과자를 명성황후에게 갖다 바쳤다는데, 그중에 초콜릿이 들어 있었다고 했다. 또한 이등박문이 왕궁을 드나들 때마다 임금을 에워싼 상궁들을 회유하려고 초콜릿을 비롯하여 양과자를 선물했다는 설도 있다. 일반인들이 맛보기 시작한 것은 6.25를 통해서였고, 1968년, 해태제과에서 처음 초콜릿을 생산하였다. 이후 경제성장과 더불어 널리 사랑받는 먹거리가 되었을 뿐 아니라 각종 이벤트에 활용되는 행복 바이러스가 됐다. 지난 1월 16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세계적 명성의 초콜릿 페스티벌이 열렸다. 이 행사는 유럽과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세계정상급 쇼콜라티에(chocolatier:프랑스어로 초콜릿장인)들의 제품시연과 마술쇼 등 다양한 이벤트로, 초콜릿산업의 최신 트렌드를 선보이는 글로벌 초콜릿축제였다. 특별히 초콜릿 명장들과 신예 디자이너들이 함께 만든 초콜릿 의상을 아름다운 모델들이 입고 펼친 초콜릿 패션쇼는 관객의 눈길과 마음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일반적으로 패션쇼(fashion show)란 디자이너들이 앞으로 올 유행의 트렌드를 예시하는 무대이지만, 이번 행사의 직물로 된 옷이 아닌 초콜릿 의상의 패션쇼는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피라미드 같은 스커트, 치렁치렁 초콜릿을 늘어뜨려 만든 앞 장식, 곳곳에 초콜릿을 끼워 어우동(기생)을 표현한 한국적인 옷도 관심의 대상이었지만, 공작새의 깃털 속에 초콜릿을 달고 공작처럼 우아하게 날개를 펴는 모델의 모습은 동화속의 요정, 바로 그것이었다. 옷으로서의 가치야 논외이고, 여느 패션쇼와 달리 어린이들까지 귀여운 눈망울을 반짝거리며 함께 할 수 있었다는 점이 참으로 귀하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직접 옷에 기여하는 바는 아니지만, 초콜릿 패션쇼에서 받은 동화 같은 환상은 어린 머리에 깊숙이 자리하게 될 것이다. 바로 그 동화가 미래의 위대한 디자이너를 만들어내는 꿈이 될지도 모른다.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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