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금고 맡아라' 대형은행 눈치작전 돌입

서울시, 2015년부터 시금고 맡을 은행 선정 작업 착수…100년간 맡아 온 우리은행 바뀔까 '관심'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서울시가 내년부터 4년간 시금고 역할을 할 은행선정 작업에 착수한다. 시금고 은행이란 시와 관련된 모든 자금의 흐름을 연결하는 금고 역할을 하는 곳을 말한다. 시금고 은행으로 선정되면 서울시 예산은 물론 자치구와 기금 등을 관리하고 각종 세금 수납과 세출금 지급을 총괄하게 된다. 올해 서울시 예산은 24조5042억원(총계기준). 여기에 기금 약 2조원을 더하면 자치구 예산을 빼더라도 26조원을 훌쩍 넘는다. 들고 나는 자금을 모두 합하면 오가는 돈은 이보다 훨씬 크다. 이 때문에 서울시의 금고 은행으로 선정되기 위한 주요 대형은행 간 눈치작전도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서울시가 시금고를 정해 운영해 온 것은 1915년부터다. 지난 100년동안 시금고는 우리은행이 줄곧 맡아왔다. 2005년 이후 막대한 자금을 관리하는 시금고 은행 선정 작업을 공개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이 도입됐고 이후에도 우리은행이 선정돼 지금까지 맡고 있다. 여러 개의 은행을 선정해 복수금고제로 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자금 관리가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고 운영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 때문에 단수금고제로 유지되고 있다. 올해 시금고 선정 평가 항목은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의 안정성(30점) ▲금고업무 관리능력(24점) ▲시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18점) ▲시민의 이용 편의성(18점) ▲지역사회 기여 및 시와의 협력사업(10점) 등이다. 금융전문가와 시의회 의원 등으로 구성된 서울시 금고지정 심의위원회의 심사 를 바탕으로 최고점을 얻은 은행이 우선지정대상자로 선정된다. 2010년 진행된 입찰에서는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주요 은행 4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은행이 서울의 시금고 은행에 관심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서울이라는 브랜드 인지도와 노출 효과 때문이다. 평가항목에 대출 및 예금금리가 있어 이를 최대한 시에 유리하게 정해야 하고, 지역사회에 일정 부분을 환원해야해 실제 이익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은행 측 설명이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서울시에 납부한 출연금은 350억원, 협력사업비는 50억원에 달한다. 또 앞으로 취득세 인하 등으로 지방세입은 줄고 각종 복지예산 등과 관련해 시와 자치구가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있어 효율성 면에서 본다면 금고 운영이 그리 큰 규모의 사업은 아니라는 것. 오히려 은행들은 당장의 이윤보다는 대한민국 수도의 시금고로 선정됐다는 브랜드 효과와 출납을 맡으면서 공무원과 일반 시민에 노출되는 빈도가 훨씬 많아져 잠재적인 고객 확보가 쉬워진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공무원에게 지급되는 각종 수당과 월급도 시금고 은행을 거쳐야하고 시가 발주한 사업 등 수입 및 지출과 관련된 전 분야에서 시금고 은행이라는 징검다리를 건너야 하기 때문에 노출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주요 은행들은 이번 입찰에 준비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예금과 대출 금리를 정하는 논의를 벌이는 등 발빠른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년만에 시금고 은행이 바뀔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가장 큰 걸림돌은 전산개발. 시금고 은행이 바뀔 경우 우리은행이 그동안 운영해 온 전산시스템을 새로운 은행에 맞춰 모두 바꿔야 하고 은행 입장에서도 이를 다시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시가 선정작업을 2~3개월가량 앞당긴 것도 금고은행이 변경될 경우 인수인계 작업을 하면서 전산교체에만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 주요 은행 관계자는 "전산개발 부분은 물리적인 시간만 확보된다면 대형은행 어디에서도 무리없이 진행할 수 있고 오히려 너무 오랜기간 한 은행이 이를 맡아왔다는 것이 평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뚜껑은 열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는 오는 7일 시금고 은행 지정에 관한 설명회를 개최하고 3월7~11일 제안서를 접수할 예정이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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