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흥국 쇼크, 멀리 보고 빨리 움직이자

미국 통화당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국제 자금이동이 빨라지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주 남미의 아르헨티나, 아프리카의 남아프리카공화국, 서아시아의 터키 등 주요 신흥국들의 통화 가치가 급락했다. 특히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지난주 15%나 폭락해 올 초 이래 낙폭이 20%로 확대됐다. 아르헨티나는 외환보유액이 270억달러에 불과한 상태에서 페소화 투매 압력이 거세자 아예 환율방어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신흥국 쇼크는 선진국 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미국과 유럽의 주가가 급락했다. 신흥국 쇼크가 곧바로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 같다.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금융불안이 가장 심각한 몇몇 신흥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무역ㆍ금융 연관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또한 우리나라는 외환보유액이 3400억달러가 넘고, 신흥국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펀더멘털을 가진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그렇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결코 아니다. 단기적으로 가장 걱정되는 것은 이른바 '신흥국 동조화' 현상이다. 신흥국 쇼크가 국제금융시장에서 신흥국 간 리스크 평가 차별화 폭을 급격히 좁히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우리나라에도 작지 않은 충격이 올 수 있다. 이 경우 외국인자금 유출이 가속화되어 주가가 급락하고 경제활동이 위축될 것이다. 이런 위험에 대해서는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한국경제 투자홍보(IR) 노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거시경제 건전성을 한층 높이는 쪽으로 정책태도를 유지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어제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긴급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바람직했다. 그러나 단기적 위험보다 중장기적 위험에 선제적으로 잘 대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지금의 국제 자금이동은 단기에 마무리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지난달 시작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는 적어도 1년 이상 축차 계속될 것이다. 당장 오는 28~29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2차 축소 조치가 결정될 것인지를 국제금융시장이 예의 주시하고 있다. 아직 미약한 경제회복세와 과중한 가계부채 부담은 신흥국 쇼크의 파장에 대한 우리의 대응능력을 제약할 수 있다. 멀리 내다보되 빨리 움직여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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