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에 '신용사회 근간 휘청'

금융당국·금융회사 신뢰 무너져..당국 대책에도 신뢰 회복 내용은 없어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카드사 정보유출 파장이 확산되면서 금융의 기본인 신뢰가 무너졌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금전적 피해 보다 우리나라 금융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미쳤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신뢰사회가 무너졌다는 지적은 금융당국 안팎과 국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오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들이 "신용과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금융회사들이 근본적으로 신뢰를 뒤흔들었다"고 거론한 데 이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석훈 의원도 "이번 사태는 국민 불안 이상"이라면서 "금융권 전체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신뢰사회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것은 금융시스템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객은 믿음을 바탕으로 금융회사에 재산을 맡기고 금융회사는 이를 토대로 수익을 창출하는 게 금융의 기본 메커니즘인데, 신뢰가 무너지면 금융회사를 더 이상 찾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이미 일부 카드사 고객들은 "카드를 모두 해약하고 가급적 현금을 사용하려고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회사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 결과다.금융회사 뿐 아니라 금융당국에 대한 신뢰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카드 재발급이 필요하다'고 했다가 '안바꿔도 된다'는 식으로 말을 뒤집었고 '2차 피해는 없다'는 단정적인 표현을 쓰면서 오히려 국민들의 불안심리만 자극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의 대응 방식이 '거칠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CVC값과 비밀번호가 유출되지 않았다고 금전적 피해가 하나도 없을 것으로 단정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금융당국의 발표와 달리 시중에는 이미 상당수의 불법 유출된 개인정보가 떠돌아다니고 있다. 이름, 주민번호를 비롯해 소규모 점포에서 결제할 수 있는 카드번호, 유효기간까지 구매가 가능하다. 버젓이 정보가 유통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고객 입장에서 '이번에 유출된 정보가 유통되지 않았다'는 금융당국의 주장은 그다지 설득력 있게 들리지 않는다.신뢰가 무너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회복 노력은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징벌적 과징금 도입 같은 처벌 강화를 대책으로 내놨을 뿐,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피해를 입은 고객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신제윤 위원장은 최근 김정훈 정무위원장이 '정신적 피해를 입은 고객에 대해서도 대책이 필요하다'고 수차례 채근하자 마지못해 "카드사들과 논의해보겠다"고만 밝혔다.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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