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어제 통상임금 노사지도지침을 발표했다. 지난해 말 대법원 판결에 따른 후속조치다. 임금단체협상 시즌에 앞서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것이지만, 통상임금을 둘러싼 새로운 노사갈등의 불씨를 제공한 모양새가 됐다. 대법원 판결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데다 일부 내용의 기준이 불명확해 혼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결에 이어 정부가 지침을 통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토록 한 것은 기존의 임금 체계를 뒤집는 커다란 변화다. 1988년 정부 예규로 정한 '1개월 단위' 통상임금 기준이 사실상 폐지된 것이다. 하지만 기업현장에 적용토록 한 정부 지침이 나오자 경영계와 노동계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 새 시스템이 뿌리내리기까지 상당한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쟁점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해당 여부와 소급 적용의 시점이다. 정기상여금도 '재직하는 근로자'에게만 주면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게 고용부의 해석이다. 소급적용시점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올해 임단협까지로 제시했다. 변화에는 과도기적 진통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논란의 불씨는 정부가 제공했다. 예상할 수 있는 갈등을 사전에 충분히 조율하지 못했다. 그동안 통상임금 해석의 근거였던 예규는 그대로 놔둔 채 '지도지침'이라는 애매한 가이드라인의 형태로 제시해 논란을 키웠다.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손을 내릴 게 아니다. 제안과 비판을 수렴해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살린 보다 명확한 내용으로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 예외나 제외 대상을 최소화, 복잡한 임금체계를 단순화하는 쪽으로 유도하는 것이 좋다. 통상임금의 새로운 해석을 놓고 노사가 엇갈린 시각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사측은 과도한 추가 부담을 우려하고, 노측은 불이익이 없도록 판결의 의미를 넓게 해석하려 할 것이다. 노사가 신뢰한다면 이 같은 상반된 입장이 역설적으로 갈등을 잠재우는 역할을 할 수 있겠다. 경영 부담을 줄이면서도 근로자의 이익을 훼손하지 않는 합리적 접점을 찾는 게 그것이다. 고용부 지침을 둘러싼 논란은 임금체계의 변화라는 큰 틀에서 보면 과도기에 겪을 수 있는 일시적 현상이다. 정부와 노사가 현명한 대응으로 생산적이며 시대의 변화에 맞는 임금시스템을 만들어 내기 바란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