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라운드 돌면 하루 수입 24만원, 세금없는 고수익에 캐디수급 대란
캐디피가 인상되고 수급도 어려워지자 최근 '노캐디제' 도입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손은정 기자] "노캐디 시대가 올까?"골프장 입장객이 줄어들면서 슬그머니 캐디피가 인상됐다. 감소한 캐디 수입을 보전하기 위한 방편이다. 캐디피는 당연히 골프장의 수입과는 상관없다. 현금 지불이고, 고스란히 캐디의 수입이다. 캐디는 보험설계사와 학습지 교사 등과 같은 자영업자에 포함된다. 캐디 수급이 어려워지는 요즈음은 그래서 골프장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한다. 골프장 입장에서도 할 말이 많다. '캐디 세상'으로 들어가 보자. ▲ '캐디 24시'= 새벽 5시, 무거운 눈꺼풀을 띄운다. 6시30분 티오프를 위해서는 1시간 전인 5시30분에는 골프장에 도착해 근무 준비를 완료해야 한다. 기숙사에 있다면 10분이라도 더 잘 수 있다. 메이크업은 최대한 두껍게 한다. 하루 종일 햇빛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눈이 쌓인 겨울에는 빛의 반사로 얼굴이 더 탄다. 전동카트 세팅으로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된다. 보온병에 물을 담고, 골프채 세척용 물과 수건들도 준비한다. 마크와 티, 골프장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물품까지 꼼꼼하게 챙긴다. 보통 티오프 30분 전에 골프백이 카트실로 내려온다. 배치표에 맞춰 골프백을 실으면 손님 맞을 준비가 완료된다. 근무는 5시간 동안 온전히 고객과 함께 진행된다. 하루에 2라운드를 하는 경우에는 짧게는 1시간, 길면 3시간의 대기시간이 있다. 물론 경기가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 골프채 개수 등을 확인하고 정리한 뒤에 고객 차량으로 직접 카트를 몰고 가 골프백을 싣는다. 최근에는 고객관리 차원에서 스코어카드도 입력해야 하고, 사내통신망을 통해 불만이나 칭찬 등 '고객의 소리'를 기입해야 하는 곳도 많다. 1라운드일 때는 같은 시간대에 경기를 마친 동료 4, 5명과 함께 조를 이뤄 배토작업을 한다. 잔디가 떨어져 나간 자리에 잔디씨가 들어간 모래를 메우는 일이다. 30분~1시간이면 끝날 일이지만 플레이가 이어질 때는 작업이 지체되면서 시간이 길어진다. 라운드 당 10만~12만원, 2라운드를 하면 20만원이상의 수입을 올리게 된다. 세금이 없어 순수입이다. 오는 5월 개장하는 경기도 여주 패럼골프장의 권한나 캐디마스터는 "하루에 2라운드를 할 때는 18홀, 2부제로 운영되는 곳이 대기시간이 가장 짧다"며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캐디들이 선호하는 골프장"이라고 했다. 또 "그린피가 상대적으로 싸 팀 수가 많은 골프장은 고객의 기대치도 낮아 그나마 편하게 일할 수 있다"며 "항상 팀이 많아 수입도 어느 정도 보장된다"고 덧붙였다.
국내 골프장이 대부분 산악지형에 조성돼 플레이가 쉽지 않은데다가 코스 관리 등 어려움도 있다.
▲ "자영업자 vs 정규직"= 캐디피는 18홀에 1인 4백 기준 팀당 10만원, 지난해부터는 12만원으로 오르는 추이다. 캐디 수급이 어렵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의 지난해 8월 조사에 따르면 18홀 이상의 국내 골프장 328개소 중 36.9%(121개소ㆍ인상 예정 골프장 포함)가 팀당 캐디피로 12만원을 받았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캐디의 연 평균 라운드 횟수는 380회, 12만원씩 계산하면 연 수입은 4560만원선이다. 골프장에서 의식주까지 해결해 준다는 점에서 짭짤한 일자리다. 신입 캐디 교육도 골프장 몫, 캐디가 되기 위해 따로 돈을 들일 필요도 없다. 골프장 급증이 캐디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이유다. 특수고용직이라 프리랜서처럼 4대 보험을 적용받지는 못한다. 골프장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지만 보수는 골퍼들로부터 직접 받기 때문에 사실 이도저도 아닌 고용관계다. 이 때문에 고용 불안을 해소하고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캐디들은 그러나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다. 골프장의 입장도 비슷하다. "18홀 평균 60명의 캐디를 고용하는데 4대 보험을 들게 되면 6억원 가량의 추가 지출을 감수해야 한다"며 "주5일 근무제를 적용할 경우 휴일 근로 수당과 시간외 수당 등 인건비 지출이 크게 늘어나 캐디들 역시 현재 소득에 비해 수입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골퍼들 입장은 어떨까. 캐디피가 오르자 아예 '노캐디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다. 높은 캐디피가 골퍼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실제 '셀프플레이를 하겠다'는 골퍼가 늘면서 '캐디 선택제'를 운영하는 골프장도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도 문제점은 있다. 국내 골프장이 대부분 산악지형에 조성돼 골퍼에게도 쉬운 일이 아인데다가 플레이 지연이나 코스 관리 등 골프장 입장에서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이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손은정 기자 ejs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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