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과제-②육아휴직]대기업·공무원 위주 신청…中企직원은 아직도 사각지대남성휴직 활성화도 대안신청자 10년새 22배됐지만, 직장내 편견 해소 아직 먼길[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1 육아휴직을 거의 다 쓰고 오는 5월 복귀를 앞둔 직장맘 이지혜씨(가명ㆍ33세)는 복직 후 아이를 어디에 맡겨야 할지가 걱정이다. 어린이집에 보내기엔 너무 어리고 빈번한 유아학대 사례 때문에 도우미도 믿을 수 없다. 하루가 머다하고 전화로 친정 어머니를 설득 중이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다. 국내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에게 육아휴직 사용을 부탁해보려 했지만 "그런 분위기 아니다"는 말만 돌아왔다. #2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황혜정씨(가명ㆍ32세)는 남편이 둘째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꿈도 꾸지 말라'고 엄포를 놓는다. 2년 전 첫째를 가졌을 때 출산휴가 3개월만 쓰고 곧바로 복귀했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남자 직원이 대부분인데다 일손도 부족한 황씨의 회사는 육아휴직 신청을 받아주지 않았다. 육아휴직이 도입된 지 26년이 지났지만 육아휴직에 대한 차가운 시선이 직장맘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경단녀(경력단절여성)' 해소를 국정과제로 내세운 박근혜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육아휴직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최근 몇년새 크게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신청된 육아휴직 건수는 6만9616건으로 10년 전(6817건)대비 10배 늘어났다. ◆대기업ㆍ공무원 위주의 육아휴직 신청 =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불균형'이 눈에 띈다. 절반(48.5%, 3만3811건) 가량이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에서 집계됐으며, 10인 미만 영세사업장의 육아휴직 건수는 1만2714건(18%)에 불과했다. 한해 육아휴직의 37%는 공무원(2012년 기준)이 신청한 것이다. 비교적 안정적인 대기업 직원ㆍ공무원들이 자유롭게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반면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공무원 내에서도 불균형이 존재해 지난해 공무원총조사에 따르면 교육 공무원이 전체 육아휴직의 59.9%를 차지했다. 육아휴직의 질도 현저히 떨어진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유아휴직 경험자의 평균 휴직기간은 7.9개월로 법에 명시된 1년을 채우지 못했다. 너무 오래 휴직했다가는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기업 737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곳 중 1곳이 육아휴직을 사용한 직원에게 퇴사를 권유했다. 하지만 이같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규제를 강화한다면 자칫 여성들의 사회진출을 막게 될 수 있다고 여성 기업인들은 조언한다.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는 "중소기업들이 여성 육아휴직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여성을 아예 채용하지 않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대기업에 비해 대체인력이 마땅치 않고 비용을 들여가며 임시직을 쓰는 것도 여의치 않는 것이 중소기업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남성 육아휴직 바라보는 '편견' = 결국 대안은 남성 육아휴직의 활성화다. 맞벌이가 보편화되고 있는 가운데 육아 부담을 여성에게만 지워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공유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해 남성 근로자의 육아휴직 신청건수가 2293건으로 10년 전에 비해 22배 증가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공중파 TV의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남성도 육아 부담을 나눠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도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남성 육아휴직의 현실은 숫자가 보여주듯 여성보다 열악하다. 여성의 경우 대체인력 사용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육아휴직 사용 부진의 원인이라면, 남성은 여기에 사회적 편견까지 더해져 '이중고'를 겪는다. 육아는 무조건 여성의 몫이며, 남성이 육아를 돕는 것은 '남자답지 못하다'는 편견이 바로 그것이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한 직장맘은 "남자 직원이 대부분인 조직에서는 '네가 낳았냐'며 남성 육아휴직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대부분인데, 육아휴직을 내고 복귀할 수 있겠느냐"며 "남편의 미래를 생각하면 육아휴직을 강요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일반기업 뿐 아니라 공무원들도 승진ㆍ고과에 '보이지 않는 걸림돌'로 작용한다며 사용을 꺼린다. ◆육아휴직 마음놓고 쓰려면 '윗선'부터 고쳐야 = 편견을 해소하는 것이 남성 육아휴직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라고 기업인들은 입을 모은다. 황영미 한국존슨앤드존슨 상무는 "한국 사회에서 남성들의 육아휴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경영진 차원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며 "남성 중심의 기업문화 개선 운동을 통해 남성ㆍ여성 모두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인식 개선을 위해 '일과 이분의 일' 캠페인을 펼치고, 남성들이 일 외에 나머지 절반(여가ㆍ육아)의 삶을 찾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자동육아휴직제의 확산도 요구되고 있다. 현대백화점, SK등 대기업은 출산 후 자동으로 육아휴직까지 1년 3개월을 쓸 수 있도록 하는 자동육아휴직제를 채택하고 있다. 정부가 다양한 혜택을 통해 중소기업들도 이 제도를 채택할 수 있도록 유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육아휴직이 남성ㆍ여성 어느 한 쪽만의 문제가 아닌 부부의 문제인 만큼, 부부가 육아휴직을 합산해 쓸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은정 한국맥널티 회장은 "현실적으로 남성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는 만큼 부부가 서로의 육아휴직을 합산해 쓸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대신에 남성이 최소한의 육아휴직은 사용하도록 해 여성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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