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전북 고창에 이어 그제 부안의 오리 농장에서도 조류인플루엔자(AI)인 고(高)병원성 H5N8이 확인됐다. 확산 가능성이 커지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어제 밤 12시부터 48시간 동안 전남ㆍ북과 광주지역에 '스탠드 스틸(stand still)'을 발동했다. 가축과 축산 종사자, 축산 차량 등의 이동을 일시 중지시키는 조치로 사상 처음이다. 여기에 더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늘 고창의 저수지에서 폐사한 야생오리떼도 AI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전국으로 확산될 여지가 커졌다. 국내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것은 2003ㆍ2006ㆍ2008ㆍ2010년 등 모두 4차례다. 고병원성 AI는 전염성과 폐사율이 높은 데다 감염되면 가금류를 모두 살처분해야 해 피해가 크다. 지난 네 차례의 AI로 2500여만마리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되고 피해액은 6000억여원에 달했다. 이번에도 어제까지 닭과 오리 9만여마리를 살처분했다 농장 오리에 이어 야생오리까지 감염된 것으로 판명된 만큼 보통 일이 아니다. AI는 잠복기간이 21일로 긴 데다 과거 첫 발병 후 타지역으로 퍼지기까지 7~8일이 지났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처음 AI가 확인된 고창 농장에서 잠복기 이내에 경기, 충남북 등 4개 도, 24개 농가에 새끼오리 17만3000여마리를 분양했다고 한다. 언제 어디서 추가 발병 사례가 나타날지 알 수 없다. 초동 단계에 철저한 방역으로 확산을 차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귀성ㆍ귀경객을 통해 확산될 우려가 있는 만큼 설 전에 AI를 진압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는 총력 방역에 나서야 한다. 가금류 AI 검사, 철새 도래지와 축산 농가의 예찰과 소독을 강화해야 한다. 축산농가가 당국 조치에 적극 협조하는 것은 물론 일반인들도 AI 발생지와 철새 도래지 출입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막연한 불안감이 퍼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AI가 사람에게 감염된 사례는 한 차례도 없다. 또 AI 바이러스는 75℃ 이상에서 5분간 열처리하면 모두 죽는다. 때문에 익힌 닭고기나 오리고기, 계란 등은 전염 위험성이 없다. 괜한 걱정으로 닭고기와 오리고기 기피현상이 벌어져 축산농가나 음식점이 타격받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