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포스코 차기 회장에 권오준 기술총괄 사장이 내정됐다. 포스코는 어제 이사회에서 오는 3월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 권 사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 안팎에서 의외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권 사장은 올해로 28년째 포스코에 재직하는 동안 기술연구소장 등 연구개발(R&D)직 외길을 걸어왔을 뿐 경영능력이 검증된 인물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정준양 현 회장의 사퇴선언 이후 외부 인사 내정설이 그럴듯하게 유포됐던 점도 의외라는 반응의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사외이사들의 반란'이 이런 의외의 인선을 가능하게 했다는 평가도 있다. 배경과 경위야 어쨌든 간에 내부사정을 잘 아는 포스코맨이자 철강기술 전문가인 권 사장이 차기 회장에 내정된 것은 여러모로 다행이다. 2000년 민영화 이후 포스코의 최고경영자 내부승진 원칙이 지켜져 낙하산 시비가 일어날 일이 없게 됐다. 최고경영자 후보 추천과정이 잡음 없이 가동됨으로써 외부 입김이 작용하기 쉬운 포스코의 지배구조상 취약성이 제거되는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간 점도 긍정적이다. 포스코의 경영환경이나 기술경쟁력이 예전같지 않은 상황에서 철강기술 전문가에 의한 경영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고경영자 후보 추천 과정과 결과의 타당성이 최고경영자의 경영능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포스코는 지금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본격화한 세계시장의 철강 공급과잉에 현명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오히려 방만한 기업인수(M&A)에 나선 탓이다. 2008년 실적과 2013년 추정실적을 비교하면 매출은 41조7426억원에서 61조여원으로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7조1739억원에서 3조여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이 17%에서 5%로 급락했다. 부채도 18조원에서 37조원으로 급증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은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거듭 낮춰 투기등급 직전까지 떨어뜨렸다. 권 내정자는 부실 자회사 정리를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과 동시에 적극적 투자로 기술과 제품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하는 이중 과제를 풀어내야 한다. 기술전문가를 넘어서 위기극복의 경영 리더십, 외풍을 차단하는 독립 경영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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