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에 비친 한국]IT강국에 스마트폰 중독…한류와 성형공화국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아직도 전쟁 중인 나라, 세계 정보기술(IT) 강국, 스마트폰 중독으로 몸살을 앓는 나라, 모든 국민이 일벌레인 나라, K팝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나라, 진정한 주당(酒黨)의 나라….지난해 해외 언론이 그려낸 한국의 이미지다. 주요 외신들은 지난 1년 동안 한국과 관련해 많은 기사를 쏟아냈다. 여기 비춰진 우리 얼굴은 다양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이 세계인들 눈에는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지난해 해외 언론들이 보도한 한국 관련 기사로 우리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본다.◇시험 때문에 멈춰버리는 한국= 주요 외신들은 지난해 11월 치러진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 한국 풍경이 매우 독특하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미국 경제 전문 채널 CNBC는 한국에서 수능시험으로 기업들이 출근 시간을 늦추고 은행 영업시간과 증시 개장 시간까지 변경했다고 소개했다.AFP통신은 "65만 수험생의 미래가 결정되는 시험을 위해 교통이 통제되고 비행기 이착륙 시간도 조정됐다"며 "대입 시험 치르는 아이들을 위해 한국 사회 전체가 시끄럽지 않게 조용히 입 다물고 있는 듯하다"고 전했다.블룸버그통신은 "전체 수험생 가운데 20%가 재수생"이라며 "한국에서 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대입 시험을 두 번 치르는 일은 흔하다"고 소개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한국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교육비 지출이 가장 높다고 꼬집었다.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제도를 칭찬했지만 정작 한국 내에서는 교육제도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학생들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하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의 사교육 문화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영국의 한인 타운에서도 한국 학원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세계 1위 IT 강국= 외신들은 'IT 강국'으로 떠오른 한국에 대한 기사도 쏟아냈다. 미 CNN 방송은 나라 면적으로 따지면 한국이 세계 109위지만 인터넷 보급률(82.7%)과 스마트폰 이용률(78.5%)에서는 1위라고 전했다. 특히 18~24세 젊은층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97.7%로 놀랍기 이를 데 없다고 전했다.CNN은 "한국인들의 경우 스마트폰으로 물건을 사고 지하철에서 실시간 방송도 본다"며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면 한국에 한 번 가로라"고 조언까지 했다.미 경제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초등학교 교사에서 IT 업계의 샛별로 탈바꿈한 조현구 클래스팅 대표에 대해 소개하면서 "삼성·LG 등 대기업 중심으로 최첨단 기술을 소개해온 한국이 이제 중소기업까지 키워 소프트웨어 강국답게 비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저널은 한국에서 우수한 아이디어와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신생업체가 늘면서 구글 등 해외 IT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세계를 쥐락펴락 하는 K팝= 미 CNBC 방송은 "K팝으로 한국이 국가 이미지 개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며 "K팝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엄청난 경제적 효과도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CNBC는 "한국 3대 연예 기획사의 연간 매출이 1억6000만달러(약 1700억원)로 늘었다"며 "세계의 숱한 팬들이 한류의 든든한 버팀목"이라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 기업들의 투자 유치 1등 공신 K팝'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한류 열풍이 한국 기업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세계로 확산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저널은 "한국 기업이 해외 투자자와 협상할 때 K팝과 한국 드라마가 어색한 분위기를 없애는 매개체로 등장하고 있다"며 "아시아권에만 알려졌던 한류가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후 미국 등 세계 전역으로 확산됐다"고 분석했다.영국 일간 가디언은 한국 영화에 대해 소개했다. 가디언은 "할리우드 영화를 모방하던 한국이 이제 영화 수출국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며 "탄탄한 이야기 구성과 장르를 넘나드는 연출력, 소재의 다양성이 한국 영화의 우수성"이라고 꼽았다.◇작지만 강한 한국 경제= 외신들은 지난해 한국 경제가 온갖 역풍 속에서도 견실하게 성장했다고 평했다. 저널은 "지난해 5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한 이른바 '버냉키 쇼크'로 신흥국 금융시장이 출렁였지만 한국은 예외였다"며 "이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강해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도 ▲GDP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 ▲미 양적완화 축소의 영향이 적다는 점 ▲몇 안 되는 경상수지 흑자국이라는 점 ▲해외 단기자금(핫머니) 관리로 자본시장의 취약성이 낮다는 점을 들어 한국은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주목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그러나 한국 경제의 갈 길이 아직 멀다는 지적도 있다. 블룸버그는 "잘 나가던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엔화 약세"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신흥국 통화 가치가 출렁이는 가운데서도 원화는 선방했지만 엔화 약세에 속수무책이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올해도 한국의 수출 기업들이 크게 타격 받아 수출 주도형 한국 경제가 다소 충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일벌레 한국인들= 교육열과 함께 외신이 가장 놀라워한 한국인의 모습은 워커홀릭 이미지다. CNN은 "한국에서 늦은 밤에도 환하게 불 밝히고 있는 사무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한국인들이 너무 열심히 공부한 나머지 직장에서도 그 습관을 버리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한국인들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44.6으로 OECD 평균 32.8을 훌쩍 뛰어넘는다"고 소개했다.해외 만화 사이트 도그하우스 다이어리가 지난해 10월 각국의 특징을 붙여 만든 세계지도에서 한국은 '일중독 국가'로 표현돼 화제가 됐다. 북한은 '검열의 나라'로 표시됐다.◇중독자를 키우는 문화= 외신들은 IT 강국이라는 한국의 이면에 스마트폰 중독 같은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고 우려했다. 미 경제 전문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스마트폰 중독과 힘겹게 싸우는 IT 강국 한국'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IT 기술 발달이 한국에 디지털 중독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고 보도했다.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면서 이에 따른 중독은 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중독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것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2010년 한 부부가 인터넷 게임에서 가상 아기 키우기에 열중하느라 부부의 3개월된 실제 아기를 굶겨 죽인 사례까지 들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는 어디를 가나 접할 수 있는 인터넷과 게임, IT 기기들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에 대해 "삼성이라는 최고 글로벌 브랜드를 가진 나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국가, 진정한 얼리어답터(새 제품을 남들보다 먼저 경험하는 사람)의 나라"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런 화려함 이면에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터넷과 스마트폰, 게임 중독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저널은 6~19세 한국 아동·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률이 2011년 9.1%에서 2012년 18%로 급증했다며 젊은층의 스마트폰 중독 치료가 한국 정부에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주당 문화= 외신들은 '음주대국' 한국의 모습도 그렸다. CNN은 "세계 기업들이 음주문화 척결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지만 한국 기업에서는 여전히 상사가 부하 직원들을 술집으로 데려가는 걸 좋아한다"며 "한국에서 술을 마시지 않으면 무례하거나 재미없는 사람으로 여겨진다"고 소개했다.CNN은 이어 "특히 요즘 해외여행을 나서는 한국인들 사이에서 '팩소주'가 필수품"이라며 "들고 다니기 쉽고 겉으로 보기에 술처럼 보이지 않는 팩소주가 한국 음주문화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가디언도 '소주,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술'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내보내며 한국인뿐 아니라 세계인들로부터 사랑 받는 소주의 역사와 인기 비결에 대해 소개했다. 가디언은 "진로소주가 영국 주류 전문지 '드링크스 인터내셔널'이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증류주' 순위에서 수년째 정상을 지키고 있다"며 "진로소주는 세계적인 보드카 스미르노프의 판매량보다 3배나 많이 팔려나갔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주당들에게 '소맥(somac)'을 빼놓을 수 없다"며 "한국인들은 맥주와 소주를 70 대 30으로 섞어 마시는 걸 좋아한다"고 덧붙였다.◇성형공화국 한국= 외신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한국의 성형문화에 대해서도 집중 보도했다. 미 NBC 방송은 국제미용성형수술협회(ISAPS)의 자료를 인용해 한국의 인구 대비 성형수술 비율이 명실공히 세계 1위라고 지적했다.NBC는 "경쟁이 치열한 한국 사회에서 성형수술은 취업 및 인간관계의 필수조건처럼 간주되고 있다"며 "눈·코·안면윤곽 수술을 포함한 이른바 'VIP 패키지'의 경우 1만달러(약 1055만원)가 훨씬 뛰어넘는데도 인기는 높다"고 소개했다.미국의 유명 인터넷 신문 허핑턴포스트는 "지난해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출전한 후보들 얼굴이 모두 비슷비슷하다"며 "이는 성형수술 때문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허핑턴포스트는 "어느 나라 미인대회든 출전자라면 성형수술을 하는 경향이 있지만 한국 여성들의 얼굴은 놀라우리만치 비슷하다"며 "이는 한국이 성형공화국이라는 뜻"이라고 꼬집었다.CNN은 "한국이 세계 성형수술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며 "다른 나라에서 한국으로 원정 수술하러 오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이어 "외모지상주의나 부작용 등 크고 작은 논란에도 성형수술이 정체됐던 한국의 관광산업을 살려내고 있다"며 "한국의 성형수술이 인기를 끄는 것은 한류 열풍 확산과도 연관 있다"고 분석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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