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숙 신임 원장 '국악, 대중화 위해 힘쓸 것'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국립국악원의 제 18대 수장이 된 김해숙(60ㆍ사진) 신임 원장은 가야금 명장이다. 국악중학교 시절 가야금에 입문한 뒤 40년 넘게 가야금 연주자의 길을 걸어왔다. 김 원장은 수차례에 걸쳐 해외공연을 해봤지만 "우리의 전통음악만큼 뛰어난 예술성이 응축돼있는 음악도 보기 드물다"고 강조한다. "기품있고, 가슴 절절하게 파고 들어가는 국악은 세계문화유산으로서도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2일 국립국악원으로 첫 출근한 김해숙 원장의 고민은 이것이다. 어떻게 하면 국악의 원형성을 유지하면서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을까. "제가 한국에서 가야금을 연주할 때는 '어떻게 하면 대중들을 끌어 들일 수 있을지' 이 부분에 항상 초점을 맞췄어요. 그런데 유럽이나 중국, 일본에서는 우리의 전통 그대로 연주하는 것을 더 매력적으로 여기더라고요. 원래 우리 국악이 가진 예술성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유독 우리 땅에서만 소외받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국악이 대중과 거리가 생기게 된 데에는 우선은 환경적인 요인이 크다는 지적이다. "광복 이후 근현대사가 서구화 일변도로 진행되면서 국악뿐만 아니라 우리 문화의 전통적인 부분이 많이 사라지게 됐다"는 것이다. 또 "국악 스스로도 급변하는 환경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국악은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원형성을 가지고 있는 훌륭한 문화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사회로 넘어오면서 국민들에게는 낯설게 비춰지는 게 사실이에요. 국민들 마음속으로 들어가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국립국악고, 서울대 음대 및 동대학원에서 가야금을 전공한 김 원장은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로 일했다. 2005년부터 2년간 국립국악원 학예연구실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국립국악원은 "친정과도 같은 곳"이다. 국악원 63년 역사상 첫 여성 원장이 된 점에 대해서도 그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꼼꼼함이 더 있을지는 몰라도 특별히 남성이든 여성이든 큰 차이는 없다. 다만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면서 생긴 멀티플레이어적인 면은 더 뛰어날 것"이라며 웃으며 말했다. 우리의 전통음악을 살리는 데는 국악원만의 노력으론 부족하다. "국악이 가슴 깊이 들어오기까지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대중들도 듣는 훈련을 해야 하는 거죠. 대번에, 즉흥적으로 되는 일은 아닙니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음악은 당장에는 좋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리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 수도 있어요. 제 능력이 우리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 쓰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보람이 될 것 같습니다."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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