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성기자
김병만의 경기 양평 '한글주택. 그는 이 집을 설계부터 시공까지 전 과정에 걸쳐 직접 집을 지었다.
최근 김병만은 설계에서 시공까지 119㎡(36평) 규모의 집짓기 과정을 정리한 에세이 '집-꿈꾸다 짓다 살다'를 내놓았다. 총 건축비용은 1억원이다. 김병만은 "만원짜리 물건을 살 때도 자기 마음에 들 때까지 고르고 또 고르는데, 그 몇만배나 비싼 집은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데 의문을 표시한다. 김병만은 SBS '정글의 법칙'을 통해 해외 오지 곳곳에서 비록 비박 수준이지만 나무와 풀 등으로 다양한 집짓기를 보여준 바 있다. 그리곤 이를 '자연주의적 웰빙하우스'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집에 대한 그의 인식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 책에는 모듈화공법, 유지관리비를 줄일 수 있는 단열 방식, 표준화된 주거 등은 물론 집에 대한 생각도 잘 정리돼 있다. 특히 한글 자모를 형상화한 디자인을 채택, '한글주택'이라는 별명을 붙인 양평주택은 '나만의 집'을 꿈꾸는 이들에게 현실적 길잡이 노릇을 한다.김병만의 '한글주택' 내부.
따라서 김병만이 프로젝트의 초기 기획부터 설계, 주택의 기능적 역할을 고려한 시공, 인테리어 전 과정에 참여하며 좌충우돌 체험한 104일간의 생생한 건축일지다. 김병만은 건축주로, 직접 일꾼으로 활동하며 집을 짓는 즐거움을 전한다. "드디어 집의 골조가 모두 완성되었다. 그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실물을 보니 느껴지는 것이 달랐다. 이걸 무어라고 해야 하지 ? 마치 집이 어린아이가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다.""집을 장만하는 것은 어른이 된다는 뜻이라고. 부모를 떠나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신호라고...삶을 세우는 일이라고..."책에 나오는 일부 내용이다. 김병만은 이런 말을 통해 집짓기가 단순히 집을 마련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걸 알려준다. 한편 솔깃하게 하는 대목도 있다. 3.3㎡(1평) 당 건축비 300만원 이하로 건축했다는 점이다. 이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제법 괜찮은 품질을 확보한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이 얘기는 적은 비용으로 전원에서 마당과 텃밭 달린 넓은 집을 가질 수 있다는 걸 말한다.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나 전원행을 망설이는 이들이라면 꽤 참고할만한 부분이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