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정부가 공식적으로 방공식별구역 확대를 결정하고 발표한 가운데 발표시점을 당초 예상보다 미룬 것은 미국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초 정부의 발표시점은 3일경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바이든 미부통령의 동북아순방 이후로 급작스럽게 변경됐다. 8일 정부 관계자는 "최종안이 마련하고 미국과 중국, 일본 등에 그 취지를 적극적으로 설명하려면 전략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면서 "그 방식도 통보 형식이 아니라 주변국과 신뢰를 해치지 않도록 충분히 설명할 계획이기 때문에 발표시점이 늦어진 것"이라고 말했다.지난달까지만해도 방공식별구역 확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끓어오르자 정부 내에서는 빠르면 지난 3일 정도에 발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었다. 정부는 지난 1일 김장수 국가안 보실장 주관으로 외교안보 부처 장관들과 조정회의를 열어 방공식별구역(KADIZ)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이 회의에서 KADIZ의 남쪽 한계선을 제주도 남쪽의 비행정보구역(FIR)까지 확대해 이어도를 포함시키고, 마라도와 홍도(거제도 남쪽의 무인도) 인근 영공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하지만 3일 성김 주한미국대사가 김관진 국방장관을 예방하면서 군당국 내부에서도 발표시점이 미뤄질 것이란 분위기로 바뀌었다. 성김 주한미국 대사는 김 국방장관을 예방한 자 리에서 KADIZ 확대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이 교환된 것으로 알려져 우리 측이 미국에 정부의 잠정 결정안을 사실상 통보한 것으로 보인다.정부 관계자는 "성김 대사 방문이 방공식별구역과 관련이 있다. 우리 측 의견과 미국 측 입장이 서로 교환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이 KADIZ 확대 방안에 대해 어떤 입장을 표명했는지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또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3일 예정됐던 방공식별구역 관련 당정 회의가 정부 측 요청으로 연기됐다"고 밝혔다. 여권은 3일 당정회의와 새누리당 최고중진 및 관계 장관 회의를 거쳐 KADIZ 확대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이후 정부내 분위기는 3일을 기점으로 방공식별구역의 발표시점이 바이든 미부통령의 동북아순방 이후가 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바이든 부통령의 한·중·일 순방을 앞 두고 우리가 먼저 KADIZ 확대안을 발표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좋지 않다는 내부 지적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정부 내 강경파들은 ‘중국이 지난달 23일 ADIZ 발표 30분 전에 한국에 통보한 것과 똑같이 (한국도) 되갚아 줘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이 방안은 채택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식의 갑작스러운 발표는 글로벌 스탠더드(국제 관행)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국격(國格)에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후문이다.일각에서는 여론을 돌리기 위해 국정원에서 장성택실각과 관련한 내용을 서둘러 발표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국정원이 장 부위원장의 실각 가능성을 제기한 후 외교 안보 라인은 정보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국정원과 통일부, 국방부가 일치된 의견을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5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장성택 관련 실각 내용을 국정원이 발표한다는 것을 이전에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반면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전날 국회 외통위 간담회에 출석해 "여러 관계기관들의 논의를 통해 이 정보를 정보당국(국정원)이 발표하는 것이 더 순리에 맞다고 판단했다"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국방부와 통 일부 및 국정원 간 논의가 제대로 되지 않은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장성택실각 발표의 시점이 애매모호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의 방공식별구역과는 별개의 문제로 봐야한다"며 "정부의 외교통일라인 소통문제는 이상없다"고 말했다 . 양낙규 기자 if@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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