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환 장관의 '결자해지(結者解之)'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결자해지(結者解之)'.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자신이 만든 매듭을 스스로 풀었다. 박근혜 대통령 후보자 시절부터 주택ㆍ부동산 정책TF 단장으로 활약하며 박근혜 정부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 온 서 장관은 스스로 만든 핵심공약인 '행복주택'에 과감하게 '메스'를 댔다. 20만채 공급 목표를 14만채로 축소했다. 줄어든 6만 가구는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국민임대주택(5만가구), 민간임대주택(1만가구) 등으로 대체 공급함으로써 저소득층과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복지 기회를 확대하기로 했다.행복주택이 과다 공급되면 국민임대주택 등의 물량이 감소해 저소득층의 주거복지가 축소될 우려가 있다는 정치권의 비판을 수용한 것이다. 동시에 행복주택 목표물량을 고수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안팎의 지적을 반영해 정권 초기에 결단, 부담을 덜었다는 평가다. '불가침'으로 여겨지는 대통령 공약사항을 이처럼 대폭 손질할 수 있었던 데는 서 장관 특유의 꼼꼼함과 신속한 판단, 관계부처와 협의를 이끌어내는 돌파력 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과의 교감도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조 수석은 행복주택의 근본 취지가 직주근접한 입지에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데 있는 만큼 부지나 규모 등을 국한할 필요가 없다는 서 장관의 의견에 공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토부는 행복주택 건설 부지와 공급방식을 대폭 확대키로 했다. 당초 행복주택의 개념인 철도 위 행복주택에서 나아가 도시주거지재생 연계형, 산업단지 직주근접형 행복주택 공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물론 원래 취지대로 철도부지, 공영주차장, 미활용 공공시설용지 등 공공용지를 활용해 3만8000가구를 공급한다. 또 노후 도시재생사업지 등과 연계하거나 장기 미매각 공기업 보유토지 등을 부지로 활용해 행복주택 예산 외에도 도시재생예산의 지원을 추가로 받는 등 사업 시행자인 LH 등 공기업의 부담도 일정부분 줄이는 복안을 마련했다.젊은 사회활동계층의 행복주택 입주비율은 당초 60%에서 80%로 높였다. 행복주택 물량이 줄어도 직주근접이 절실한 신혼부부, 사회 초년생, 대학생 등의 입주비율을 상향 조정해 이들을 위한 행복주택 물량은 유지한다는 취지에서다.서 장관은 또 자신이 논문으로 제안해 도입한 목돈안드는전세Ⅰ 상품을 사실상 용도 폐기했다. 실효성 논란을 빚었던 집주인 담보대출 방식 대출상품 대신 활용도가 높은 목돈 안드는 전세Ⅱ(임차보증금 반환청구권 양도방식)를 보완해 서민들이 필요로 하는 상품에 집중토록 배려한 것이다.이에 대해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박사는 "주택정책이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수정한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면서 "꼭 필요한 것을 정부가 관계부처간 충분한 협의를 거쳐 대책을 만들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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