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않고 현금만 쌓는 증권사들

10대 증권사 중 7곳 내부 유보율 증가몸사리기만 급급 경쟁력 퇴보 우려[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투자보다 현금 쌓기에만 주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증권사는 일제히 내년 주식시장에 봄바람이 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에는 인색한 모습이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3회계연도 2분기 현재 국내 10대 증권사 가운데 7곳의 현금 내부유보율이 전분기보다 증가했다. 대형증권사 '빅5'의 경우 우리투자증권을 제외한 4곳이 모두 유보율이 늘어났다. 업체별로 한국투자증권은 유보율이 무려 1561.4%로 업계 전체에서 가장 높았다. 전분기 1544.6%와 비교해도 16.8%포인트나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다른 증권사보다 주주 납입분인 자본잉여금이 많아서 비율이 높게 책정된 것"이라며 "배당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책정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2분기 유보율이 720.8%로 전분기 714.8%보다 6%포인트 늘어났다. 2분기 당기순이익이 309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150억원 정도의 현금을 축적시켰다. 이밖에 대우증권과 현대증권의 2분기 유보율도 각각 138.8%와 163.6%로 전분기보다 소폭 증가했다.  내부 유보율은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비율로 이 숫자가 높을수록 현금을 투자하지 않고 쌓아두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들이 미래 자금 수요에 대비해 이익을 투자 또는 배당하기보다는 내부적으로 쌓아놓는 것으로, 이 비율이 높으면 재무구조가 안정적이지만 투자가 소홀한 만큼 미래 수익 창출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 평균 유보율이 200% 정도인 가운데 대형증권사는 500%가 넘는다"며 "가뜩이나 금융당국의 각종 규제 강화로 먹거리 확보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선두 업체들이 몸사리기에 치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차별화된 전략 구사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중소형 증권사도 곳간 채우기에 급급했다. 신영증권은 2분기 당기순이익 349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106억원을 회사 곳간에 채우면서 유보율이 1025.6%에 달했다. 미래에셋증권과 하나대투증권의 유보율도 각각 920.1%, 765.6%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모 중소형 증권사 경영기획담당 임원은 "올해 경영여건이 사상 최악인 가운데 대형사보다 좁은 영업환경에서 적극적인 투자는 모험에 가깝다는 판단"이라며 "장기적인 측면에서 산업 경쟁력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동의하지만 현재로서는 어쩔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08년 리먼사태 촉발 당시시장에 신규 진입한 증권사들의 유보율은 대부분 마이너스로 업종 내 재정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애플투자증권(-64.2%), 비오에스투자증권(-64.6%), 한맥투자증권(-29.5%), IBK투자증권(-0.9%)의 경우 누적 결손금으로 자본이 잠식되고 있는 상태다.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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