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은행인 KB국민은행에서 또 사건이 터졌다. 본점 직원과 영업점 직원이 공모해 국민주택채권을 위조하여 현금화하는 수법으로 90억원가량을 횡령한 범죄다. 2010년부터 최근까지 계속됐는데도 내부제보가 있기까지 은행 측이 전혀 몰랐다고 한다. 국민은행에서는 올해 들어 이번 사건 외에 큰 것만 꼽아도 4건의 부실ㆍ비리 사건이 이미 터진 바 있다. 고객에게 과다하게 부과해 거둔 이자 50억원을 환급하겠다고 금융당국에 신고하고 실제로는 10억여원만 환급한 사건, 지분을 인수한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의 대규모 부실화 및 부실은폐 의혹 사건, 한중 양국 금융당국의 지침을 어긴 베이징 지점 인사와 관련된 파문과 비리 의혹, 도쿄 지점에서 발생한 임직원의 1700억원대 불법대출과 비자금 조성 의혹이 그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들 5건의 부실ㆍ비리 사건에 대해 차례로 특별검사 또는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당연히 철저한 검사와 조사를 통해 불법ㆍ비리 행위 당사자들을 가려내어 응분의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 또한 그들에 대한 지휘ㆍ감독 책임자들도 엄한 징계를 받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이 두 가지만으로는 부족하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런 여러 종류의 부실ㆍ비리가 거의 동시적으로 저질러질 수 있었던 이유도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사건들의 드러난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은행의 내부통제가 허술하다는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국민은행 정도의 은행이라면 내부감사ㆍ인사관리ㆍ시재확인 등을 주요 수단으로 하는 내부통제 체계를 그럴듯하게 갖춰놓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해괴한 사건이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온 것을 보면 그 체계가 번지르르한 허울뿐이었거나, 그 체계가 목적대로 잘 가동되게 해야 할 책임이 있는 경영진에 문제가 있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국민은행 최고경영자 자리도 낙하산 인사의 대상이었다는 점에 새삼 주목하게 된다. 낙하산 비전문가가 내부를 통제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정권과 임기를 같이하는 은행 경영자는 단기실적에 치중하고 내부 부실ㆍ비리에 대해 쉬쉬하며 넘어가기 쉽다. 그러다보니 이번에도 신임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취임한 지난 7월 이후 집중적으로 전임 경영자들의 임기 중 부실ㆍ비리가 드러나며 사건화하고 있는 것 아닌가.<ⓒ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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