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골키퍼 정성룡[사진=정재훈 기자]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남다른 신뢰가 오히려 부담을 가중시킨 결과를 낳았다. 홍명보호(號) 수문장 정성룡(수원)이다. 거듭된 실수로 자신감이 떨어짐과 동시에 치열한 주전경쟁에서 입지는 더욱 불안해졌다. 정성룡은 19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자벨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러시아와의 축구 A대표팀 친선경기에 선발 골키퍼로 나섰으나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으로 1대 2의 역전패의 멍에를 썼다. 앞선 스위스 평가전 결장 이후 재신임을 받았지만 명예회복과 자신감 향상이란 목표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2010 남아공월드컵을 기점으로 대표팀 부동의 NO.1으로 활약하던 정성룡은 최근 부진한 경기력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10일 포항과의 K리그 클래식 홈경기에선 어이없는 실수로 1대 2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1대 0으로 앞선 전반 31분 아크 정면에서 이명주가 날린 평범한 칩 슛을 잡으려다 공을 놓쳐 자책골과 다름없는 실점을 허용했다. 이 때문에 팬들로부터 상당한 후폭풍에 시달렸다. 12일 대표팀 소집 당시에는 머리를 짧게 자른 모습으로 등장 "여러 말보다는 운동장에서 보여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이 자리에 왔다"며 굳은 결의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난해 런던올림픽 당시 정성룡을 와일드카드로 발탁했던 홍 감독은 거센 비난 여론에도 굴하지 않고 애제자의 선전을 당부했다. "밖에서 나오는 얘기와 관계없이 맡은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 주위 평가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즐겁게 경쟁에 임했으면 좋겠다"며 신뢰를 재확인했다. 스위스전에서 김승규에게 맡긴 골키퍼 장갑을 다시 넘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대와 달리 정성룡은 이날 한가득 부담을 안고 경기에 임했다. 안정적 플레이로 눈도장을 받겠다는 의지는 외려 독이 되고 말았다. 1대 0으로 앞선 전반 11분에는 오른 측면에서 날아온 로만 시로코프의 땅볼 크로스를 잡으려다 공을 뒤로 빠트려 동점골의 빌미를 제공했다. 예상보다 볼의 속도가 빨랐던 탓도 있지만 안정적인 처리가 아쉬운 대목이다. 실점 이후 골문을 지키는 모습에선 굳은 표정이 역력했다. 불안감은 결국 후반 14분 역전골까지 빼앗기며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다. 코너킥 상황에서 드미트리 타라소프가 날린 헤딩슛이 바운드된 뒤 골문 구석을 향했지만 이렇다 할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주저앉고 말았다. 물론 실점에 대한 책임을 골키퍼의 실수로 전가한다는 건 당사자에게 굉장히 곤혹스런 일이다. 그러나 현재 정성룡을 둘러싼 논란을 감안한다면 이날 결과는 선수 본인에게도 상당한 후유증을 남길 전망이다. 브라질월드컵 본선을 겨냥한 대표팀 수문장 경쟁에도 적잖은 타격이 예상되는 대목이다.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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