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 장관 출신으로 '혁신'은 평가…조직갈등은 그늘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이석채 KT 회장이 5년 만에 임기를 마치고 퇴장했다. 한국 통신업계의 '거물'인 이 회장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민영 KT를 이끌며 유무선 통합과 탈(脫)통신 기치로 국내 통신시장의 혁신을 선도한 반면, 독단적 경영과 '자기사람 심기', 부진인력 퇴출 등으로 조직 갈등을 키우고 경쟁력을 떨어뜨렸다는 것이다.이석채 KT 회장은 경상북도 성주가 고향으로 1969년 행시 7회로 공직에 입문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경제기획원 예산실장과 문민정부 시절 농림수산부 차관, 초대 재정경제원 차관, 23대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했다. 1996년에는 대통령실 경제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을 역임했으며, 이명박 정부에서는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자문의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2009년 1월 사임한 남중수 전 사장의 뒤를 이어 KT 대표가 된 이후 그해 3월 회장으로 취임했고, 같은 해 6월 KTF와의 합병을 3개월 만에 성사시켜 통합 KT를 출범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나갔다.이 회장의 대표적 성과 중 하나인 아이폰 도입도 2009년이었다. 이해 11월 KT는 정부와 제조업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내 최초로 애플의 아이폰3Gs를 도입해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를 열어젖혔다. 아이폰 도입은 KT에 이통3사 중 가장 먼저 스마트 혁명으로 이행한 기업이란 이미지를 쌓게 했다. 폐쇄적이던 국내 이동통신 산업계를 충격에 빠뜨렸고 정보기술(IT) 산업의 구조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데이터 수요 폭증에 대비해 전국에 유선망을 가진 장점을 이용해 국내 최대 커버리지 와이파이망을 확보했고, '올레' 브랜드를 단일화하는 등 체질을 개선해 나갔다. 2000년 이후 SK텔레콤에 영업이익을 추월당했던 KT는 이 회장 취임 2년 만인 2011년 SK텔레콤의 연간 영업익을 다시 추월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2012년 연임에 성공한 뒤 이 회장은 '올레 경영 2기'를 선언하고 탈통신 드라이브를 가장 앞장서서 지휘했다. 날로 쇠퇴하는 유선사업은 물론 이동통신사업 역시 미래를 담보하기 어려우며, 통신사업자 KT를 글로벌 콘텐츠 유통 기업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이 회장이 틈만 나면 강조한 글로벌 '가상재화' 시장의 주도권 확보 역시 이 연장선상이다. 또 사업 다각화를 위해 스카이라이프, 금호렌터카, BC카드 등을 연이어 인수했고, 비통신 계열사들은 KT의 실적에도 상당한 공헌을 하고 있다. KT 계열사들의 수는 이 회장 취임 직후 29개에서 52개로 급증했다.이 과정에서 강도 높은 대규모 구조조정이 수반됐다. 이 회장 취임 이후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6000명에 가까운 인원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다. 비대한 공기업 시절의 군살을 빼겠다는 명목이었지만 부당해고 논란은 이후에도 끊이지 않았다. 해외에서 인재를 끌어오는 과정에서 독단적 경영 스타일과 '낙하산 인사' 논란도 이어졌다. 비통신 사업에 집중한 것은 상대적으로 본업인 통신사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주파수 확보 전략이 어긋나는 바람에 KT는 이통3사 중 롱텀에볼루션(LTE) 사업이 가장 늦었고 이후 LTE-A(어드밴스드)로의 이행도 쫒아가는 입장이 됐다. 부동산 헐값 매각과 부실 기업 인수 논란도 계속 이 회장을 따라다녔다. 스마트(SMRT)애드몰, OIC랭귀지비주얼(현 KT OIC), 사이버MBA(현 KT이노에듀) 사업 등을 무리하게 추진해 수백억원의 손실을 떠안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참여연대는 KT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KT 사옥 39곳을 매각하면서 감정가의 75%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만 받고 팔아 회사와 투자자에 손해를 끼쳤다며 고발했다.박근혜정부 들어 이 회장의 거취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민영화됐음에도 KT와 포스코의 최고경영자 자리는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일종의 '전리품' 격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회장은 거취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수차례 이를 강력히 부인하며 굳은 의지를 보였다. 1.8GHz 주파수 확보 직후인 9월에는"회사를 중상모략하고 바깥에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이들은 나가야 할 것"이라며 강력히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이 연이어 사옥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압박 강도가 날로 거세지자 이 회장은 결국 KT 부임 6년째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다. 이 회장은 직원들에게도 별도로 이메일을 보내 "회사를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친 임직원 여러분들의 고통이 이어지는 것을 보고,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며 사임 배경을 설명했다.이 회장은 12일 개최된 긴급 이사회에 출석해 "KT 임직원과 함께 일할 수 있었던 것을 축복으로 생각하고 끝까지 잊지 않겠다"는 퇴임 소감을 전한 뒤 퇴장했다. 김영식 기자 gra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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