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여성을 위한 7대 열쇳말-上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이은정 기자, 이지은 기자, 조슬기나 기자, 이승종 기자, 박혜정 기자] 세계적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21세기를 '여성의 세기'로 정의했다. 여성 리더십이 우리 사회의 혁신과 변화를 견인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19세기 봉건사회, 20세기 산업사회를 거치면서 형성된 강인함과 통솔력, 추진력과 권위적인 남성적 리더십은 21세기 다변화된 정보화사회를 맞아 부드러움과 포용력, 배려와 쌍방향적인 여성적 리더십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게 세계 석학들의 혜안이다. 본지가 지난 6월부터 W리더십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만난 19명의 여성 CEO는 여성성이 갖는 경쟁력이 기업 현장에서 성공적으로 실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의 행보가 더욱 빛나는 것은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시린 차별의 사슬, 그 두터운 '유리천장'을 극복하고 정상에 우뚝 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훌륭한 여성 리더들은 어떤 자질과 가치관, 철학으로 스스로를 단련시켰을까.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날선 편견은 또 어떻게 극복했고, 아내와 엄마라는 가정 내 신분은 성공적인 도전을 갈구하는 가정 밖의 삶과 얼마나 절묘하게 균형점을 찾았을까. 이에 대해 여성 CEO 19인이 내놓은 해답은 가정, 인맥, 교육, 편견, 강박증, 롤모델, 야성 등 7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본지는 3회에 걸쳐 여성 리더십의 성공적인 7가지 키워드를 살펴본다. ◆강박증 =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일본의 세계적 기업가,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은 "리더는 언제나 완벽을 요구받는다"고 말한다. 교세라의 창립자인 그는 평사원에서 CEO의 자리에 올랐고, 위기에 빠진 일본항공(JAL)의 구원투수로 투입돼 성공적으로 정상화시켰다. 가즈오 명예회장이 "매일의 습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 완벽주의는 그에게 '경영의 신', '미다스의 손'이라는 명성을 가져다 줬다. 하지만 그 역시도 "회사에서 도망치고 싶은 순간이 있었다"고 말한다. 완벽주의의 함정에 빠진 이들은 자신이 설정해놓은 이상적 자아상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그 격차에 좌절하곤 한다. 또 실패와 실수에 대한 큰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들은 모든 것에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기 쉽다. 유리천장을 깨기 위한 강박증, 실패와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것, 가정과 직장생활을 동시에 해내고자하는 욕심 등이 대표적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여성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스트레스, 일과 개인생활의 분리에 취약하다고 꼬집는다. 여성은 양쪽 뇌를 이용해 말과 신체언어를 더 빠르게 처리한다. 그리고 감정중추인 대뇌 변연계가 남성보다 더 크다. 이는 동일한 환경에서 여성들이 더 강한 스트레스를 느끼는 이유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성은 우울해지기 쉽고 갑작스러운 감정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또한 사회적으로 가정 및 육아에 대한 책임을 더 많이 짊어진 여성들은 일과 개인생활의 분리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그렇다면 이 같은 강박증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마음가짐'에서 공통적으로 해답을 찾는다. 먼저 완벽주의의 함정을 인식해야 한다. 똑같은 완벽주의 성향을 갖고도 최고의 리더 자리에 오른 이와, 실패한 이가 있다. 이들의 차이는 '완벽주의의 함정을 어떻게 극복 했는가'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사람인가, 이 성향이 내 발전에 도움이 되는가, 내 주변 사람들은 내 완벽주의로 인해 어떤 대가를 치르는가. 정확한 자기 인식이 첫 걸음이다. 두 번째는 우선순위다. 세 사람이 해야 할 일을 혼자 완벽하게 해내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일 수 있다. 설마 가능하더라도 장기전이 될 경우, 지쳐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완벽한 직장인인 동시, 완벽한 딸, 완벽한 엄마가 되고 싶은가? 자신이 잘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것의 우선순위를 매겨보자. 그리고 조금 덜 중요한 것은 버리는 지혜를 구사하자. 때로는 죄책감이 들고 이기적이더라도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 옳은 길이다. 셋째로 경쟁과 실패에 초연해져야 한다. 인생이 늘 승승장구할 수는 없다. 리더는 더 많은 경쟁 상황에 직면하게 되며, 실수와 실패도 겪을 수밖에 없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저자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 5단계 리더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5단계 리더의 필요 덕목 중 하나는 역량에 얽매이지 않는 초연함이다. '음식물 처리기' 하나로 '벤처계 신데렐라'로 떠올랐다가 매출이 급락하는 위기를 맞았던 루펜리의 이희자 대표는 한 때 '반드시 성공해서 주변에 보여 주겠다'는 강박감에 시달렸다. 경영자이자, 아내, 어머니, 종갓집 며느리 역할까지 완벽하게 해내겠다는 욕심이 그의 발목을 잡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마음을 내려놨다. 3년 이상 매일 감사노트를 써온 그는 "시행착오를 겪은 이제는 진심으로 절실히 모두에게 감사한다"며 자신의 가장 큰 강점으로 '초연함'을 꼽는다.
◆ 편견 = 조선후기 예인인 바우덕이는 1848년 안성에서 가난한 소작농의 딸로 태어났다. 이후 남사당패에 맡겨져 줄타기, 살판 등의 남사당 놀이를 익혔는데 어린 나이와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주변의 괄시가 대단했다. 그러나 그녀는 뛰어난 공연으로 고종과 흥선대원군으로부터 정3품에 해당하는 옥관자를 하사받았고, 1870년 23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할 때까지 전국을 돌며 남사당을 대중공연으로 발전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여성에 대한 편견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여성이 사업을 한다고 하면 "여성이 어딜 감히"하는 말을 듣기 일쑤다. 십수 년 전까지만 해도 여성이 대학교를 진학한다고 하면 "시집이나 가라"는 핀잔을 듣기 일쑤였다. 바우덕이는 자신을 향한 편견을 실력으로 극복해 냈다. 오늘날의 여성들은 어떨까. 여성들은 자신을 향한 편견을 깨는 방법으로 흔히 스스로를 '남성화'시키곤 한다. 남성 사회에 비집고 들어가 그들 중 하나가 되기 위한 노력이다. 남성처럼 술을 마시고 남성과 어깨동무를 한 채 노래를 부른다. 남성들에게 "XX형"이라는 호칭을 들으며 뿌듯해 한다. "이제 그들도 나를 여성이 아닌 남성으로 보겠지"하면서 말이다. 이런 방식이 바람직한 것일까. 이민재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엠슨 회장)은 고개를 젓는다. 남성과 여성은 엄연히 다른 존재인데, 자신을 버려가면서까지 남성화를 추구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라는 것이다. 이 회장은 "여성들이 남성들과 경쟁하기 위해 그들과 똑같이 행동하려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그것 역시 나름의 생존 전략이겠지만 나는 이와 달리 생각한다. 남자와 경쟁하려 하기보다는 외유내강으로, 여성다움을 부각하는 게 장기적인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의 말에는 여성이 편견을 깰 수 있는 해답이 포함돼 있다. 남성화하는 것이 아니라, 되레 여성성을 강조해 편견을 뛰어넘으라는 것이다. 대체로 여성을 향한 편견은 기존 사회에서 핵심층을 구성하고 있던 남성들에게서 나온 것이 많다. 남성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여성의 모습이 편견이란 꼬리표를 달고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남성이 미처 잡아내지 못한, 그리고 어쩌면 영원히 모를 수밖에 없는 여성만의 강점을 활용해 편견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제약업계는 남성 위주로 판이 짜여있는 보수적인 업계로 손꼽힌다. 이 시장에서 이경옥 동구제약 회장은 제약업계에서 보란 듯이 성공기를 쓰고 있다. 그녀는 보기 드문 제약업계 여성 CEO이자, 전업주부에서 제약사 CEO로 변신한 입지적인 인물이다. 이 회장은 어머니와 같은 자신의 강점을 살리는데 주력했다. 직원들 이름을 일일이 기억하고 "입사를 환영한다"고 말한다든지, "아기는 잘 커?", "왜 매출이 이래. 잘 해"하며 어깨를 툭 쳐준다거나 하는 식이었다. 그렇다고 마냥 부드럽진 않았다. 지적할 땐 칼 같이 했다. 이 회장은 "2세 경영체제가 완성된 지금도 영업회의와 임원회의, 부서장 회의에 들어가 회사 전반을 익힌다"면서 "회의를 쭉 둘러보고 항상 '왜?'라는 질문을 하고 회의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등의 조언을 해준다"고 말했다. 이쯤 되면 편견으로 고민하는 여성들은 한 번 되짚어볼 일이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말술을 마시며, 남성과 질펀하게 육두문자 섞인 대화를 주고받아야만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지를 말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여성성, 남성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하지 못하고 손에 쥐지 못할 그 장점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성공의 지름길이다. 특별취재팀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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