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세운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의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그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세제개편 개선방향 대토론회'에서 세제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다. 그들의 지적이 맞다면, 박근혜정부가 지하경제의 양성화에 비중을 두고 내세운 복지공약이나 공평과세도 크게 어긋날 수밖에 없다. 조짐은 불길하다. 벌써 현금의 수요와 거래가 늘고, 고액권이 숨어드는 전형적인 지하경제 확장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목돈 보관이 쉬운 5만원권의 경우 올 들어 9월까지 환수율(발행기관인 한국은행으로 되돌아 온 비율)은 48.0%에 그쳤다. 2011년 59.7%, 지난해 61.7%에 비하면 뚝 떨어진 수치다. 금고 속에 꼭꼭 쌓아두는 돈이 많다는 얘기다. 시중에는 돈이 계속 풀리고 있다. 화폐발행액은 지난 9월 말 기준 63조939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8조7595억원, 16.1%가 급증했다. 하지만 민간 소비에서 신용카드 사용액 비중은 지난해 66.3%에서 올해 상반기 66.2%로 제자리다. 그만큼 카드 대신 현금거래가 늘어났다는 반증이다. 현금을 쌓아두고, 현금으로 거래하는 '현금 경제'의 득세 배경은 복합적이다. 저금리로 돈을 굴릴 만한 마땅한 곳이 없다. 신용카드의 경우 세제혜택이 거의 없어져 현금 사용의 유혹이 커졌다. 물건을 파는 측은 세원이 노출되지 않고, 소비자는 값을 깎을 수 있으니 양측이 모두 이득을 본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거둬야할 세금을 공모해서 빼먹는 꼴이다. 검은 돈을 굴리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모은 '지하경제'의 큰손들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지하경제를 뿌리 뽑겠다는 소리가 커질수록 그들의 재산은닉 방법이나 탈세 수법은 교묘해진다. 요란한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보다 과학적 징세 기법의 개발과 소리 없는 추적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 애초 복지재원의 주요 확보책으로 지하경제를 지목한 것부터 잘못이다. 지하경제는 사회정의와 공평과세 차원에서 척결해야 할 대상이지 세수 확보의 수단은 아니다. 정부는 지하경제의 양성화 정책이 오히려 지하경제를 부추기는 기미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보다 세련된 대응이 필요하다. 세원 투명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도 긴요하다. 신용카드 세제혜택의 유지는 그 하나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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