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일하는 보람 찾으러 왔어요'…장년 취업박람회 '성황'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돈은 벌 만큼 벌었잖아요. 그보다는 일하는 보람을 찾고 싶네요."좁은 행사장이 일자리를 찾는 어르신들로 가득 찼다. 지난 17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본관에서 열린 '장년인턴 매칭 데이'는 200여명의 중장년층이 몰리며 성황을 이뤘다. 비록 같은 날 열린 바자회의 부대행사로 열린 작은 행사였지만, 열기는 취업박람회 못지않았다. 이날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진행된 행사는 초반부터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채용관 부스마다 빠짐없이 구직자들이 상담을 진행했고, 이력서 작성대에는 5~6명의 장년층이 몰려 모자란 볼펜을 나눠 쓰며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행사장 출입구에 빼곡이 붙어 있는 현장채용 공고를 살펴보며 내게 맞는 직업을 찾아보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오후 3시가 되자 부스의 절반 이상이 '조기 마감' 팻말을 놓고 자리를 비웠을 정도였다. 참가업체는 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행사여서인지 실버·돌봄 관련 업체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산후도우미나 요양보호사, 장례지도사, 노인복지사, 베이비시터 등이 많았고, 단순 생산직도 적지 않았다. 관리직이나 회계·사무 등은 극소수에 불과했다.임금 수준도 높지는 않았다. 현장참가 업체들이 제시한 연봉 수준은 월 102만~250만원 수준. 스무 개 업체 중 200만원 이상을 제시한 업체는 단 세 곳뿐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월 100만원대였다. 하지만 구직자들은 이에 아랑곳 않는 모습이었다. 마포에서 온 60대 여성은 "연봉 수준은 낮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며 "그보다는 내게 맞는 직종인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 관계자는 "구직자들이 연봉도 중요하게 보지만, 일단 얼마나 본인의 적성을 잘 살릴 수 있는 직종이냐를 중시한다"고 말했다. 나이대가 어린 참가자도 종종 눈에 띄었다. 신도림에서 온 20대 남성은 "직접 참가한 것은 아니고 아버지에게 취업정보를 전해드리기 위해 왔다"며 이곳저곳을 돌며 기업 소개서와 이력서 등을 챙겨갔다. 하지만 가족 생계에 대한 부담이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경우 연봉 수준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화곡동에서 온 52세 남성은 "은퇴한 지 얼마 안 돼서 직장을 찾고 있는데 '최저생계비'도 되지 않는 곳이 여럿 보여 다소 아쉽다"며 "장년층을 대상으로 한다 해도 기본 생활이 될 수 있도록 보장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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