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구[사진=정재훈 기자]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야구에서 승부는 한 순간 갈린다. 14일 준 플레이오프 5차전이 그 대표적인 예다. 두산은 선발투수 유희관의 역투와 이원석의 쓰리런으로 9회 2사까지 승리를 자신했다. 넥센은 단 한 방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박병호의 극적인 쓰리런이다. 흐름을 이어가진 못했다. 그들 역시 한 방에 당했다. 연장 13회 터진 대타 최준석의 솔로포다. 강윤구가 손승락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자마자 실점을 했다.강윤구로선 많이 억울할 수 있었다. 이영재 구심의 스트라이크존이 갑작스레 좁아졌다. 명백한 스트라이크를 던지고도 두 차례나 볼 판정을 받았다. 불리한 볼카운트에 놓인 강윤구는 선두타자 출루를 봉쇄하기 위해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했다. 그냥 스트라이크가 아니었다. 좁은 존까지 감안해야 했다. 홈런타자 앞에 먹잇감을 그대로 바쳐야 했던 셈이다.스트라이크 판정은 구심의 재량이다. 그 기준은 심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요구되는 것이 일관성이다. 이마저도 유지하지 못한다면 자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물론 남용의 측면도 배제돼선 안 된다. 연장 13회로 돌아가 보자. 강윤구는 초구로 몸 쪽 낮은 스트라이크를 던졌다. 과감한 선택은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절묘한 코너워크가 동반돼 투구 추적 시스템상 스트라이크존 모서리 안쪽에 꽂혔다. 이영재 구심의 판단은 볼이었다. 훌륭한 제구가 인정을 받지 못하자 배터리는 이내 바깥쪽 공략을 택했다. 3구째로 바깥쪽 상단을 노려 최준석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이번 역시 코너워크는 절묘하게 이뤄졌다. 스트라이크존 모서리에 그대로 꽂혔다. 그러나 이영재 구심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몸 쪽 낮은 공과 바깥쪽 높은 공의 동시 외면은 스트라이크존의 축소를 뜻한다. 제 아무리 좋은 코너워크를 구사하는 투수라도 던질 곳이 없어진다. 선두타자 출루를 막아야 했던 강윤구는 사실상 한 가지 코스밖에 두들길 수 없었다. 바깥쪽 낮은 곳이다. 최준석은 그렇게 날아든 5구째 시속 144km 패스트볼을 놓치지 않았고, 넥센은 플레이오프 문턱에서 쓴맛을 봤다.
최준석[사진=정재훈 기자]
상처를 입은 쪽은 말이 없다. 프로야구 판이라면 더욱 그렇다. 심판, 감독, 선수 모두가 선후배로 얽혀있어 솔직한 의견을 내놓기가 어렵다. 더구나 스트라이크존 판단은 심판에게 무척 예민한 사안이다. 한 현직 감독은 “구심의 존 설정에 불만 없는 감독, 선수가 어디 있겠나. 경기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 같아 그냥 넘어갈 뿐이다”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올해 유독 심판들의 수준이 너무 떨어져 보인다. 심판교육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하나 더 있다. 강윤구에 대한 일반적인 야구팬들의 시선이다. 어린 투수는 평소 적잖게 제구 난조를 보였다. 이날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확실한 코너워크가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구심으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날 경기를 중계한 TV 해설진은 “제구가 좋지 않다”라는 편견 섞인 해설을 몇 차례나 내놓았다. 패전을 떠안은 어린 투수를 두 번 죽이는 일이었다.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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