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서울시가 3000여억원으로 추정되는 뉴타운 매몰비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뉴타운 매몰비용이란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추진위원회ㆍ조합 등 주민들이 건설회사로부터 빌려 쓴 돈으로, 뉴타운 거품이 다 꺼지고 사업들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건설사들이 주민들을 상대로 반환 소송을 제기하는 등 시의 뉴타운 출구 전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취임 후 3개월 동안 논의를 거쳐 지난 2012년 1월 뉴타운 출구 전략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2000년 중반 이후 급격히 형성된 아파트 값 거품의 붐을 타고 서울 시내에만 무려 1300개의 뉴타운ㆍ정비사업 구역이 지정됐지만,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급격히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대부분의 뉴타운ㆍ정비사업이 지지부진하자 실태 조사 및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 사업을 취소ㆍ해제 또는 계속 추진하도록 지원해주겠다는 게 뼈대다. 이에 따라 시는 그동안 571개의 실태조사 구역에 대해 지난 8월 말까지 조사를 마쳤으며, 내년 1월까지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해 뉴타운 출구 전략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엔 창신 1∼3동, 숭인1동 일대를 포함한 창신ㆍ숭인 재정비촉진지구가 시의 뉴타운 출구 전략에 따라 토지 소유자들의 동의를 얻어 지구해제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창신ㆍ숭인 뉴타운 지구 내 14개 촉진 구역의 재개발 계획이 취소됐다. 문제는 출구전략의 대표적 걸림돌로 지목돼 온 매몰비용(사용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는 것이다. 시는 현재 조례를 통해 추진위 단계에서 사업이 취소된 구역에 대해선 최대 70%까지 매몰비용을 지원해주고 있다. 올해 39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3개 구역에 11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시는 또 최근 정비구역 조합, 추진위원회 등에 대한 융자를 위해 55억원을 추가 확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합 단계에 이른 79개 구역에 대해선 최대 3000~4000억원 대에 달하는 매몰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벌써부터 서울 및 지방의 일부 지역에선 뉴타운ㆍ재정비 구역 지정이 취소되자 건설사들이 조합들을 상대로 반환 소송을 제기하는 등 사회적 문제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회에선 문병호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9월 매몰비용의 60% 정도를 국가가 부담하고 지자체가 나머지를 지원하는 도시정비촉진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정부 및 새누리당의 반대로 처리되지 못한 상태다. 같은 당 김상희 의원도 지자체가 직권 해제한 구역의 경우 조합이 쓴 비용까지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도정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또 김경협 민주당 의원이 건설사가 매몰 비용을 손실로 처리할 경우 법인세 감면을 통해 보조해줄 수 있도록 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해 논의 중이다. 이 법안은 건설사가 조합 등에 대한 채권을 전부 포기할 경우 비용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건설사들은 법인세 감면을 통해 불량 채권으로 인한 손실을 일부 보존(22%)받을 수 있고, 조합은 건설사들의 대여금 상환 압박에서 벗어나 뉴타운 사업을 청산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정부 및 새누리당 등은 "주민들이 일차적으로 책임져야 할 문제"라며 매몰 비용 지원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세수 부족 및 복지 관련 세출 증가 등으로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난이 심각해지면서 뉴타운 매몰 비용 문제는 잊혀지고 있는 형국이다. 다만 정부ㆍ새누리당은 김경협 의원의 조세특례제한법과 유사하지만 주민들의 책임 몫을 더 늘린 관련 법 개정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급해진 것은 시다. 관련 법상 뉴타운 사업 해제가 내년 1월까지만 한시적으로 시행되고 매몰비도 내년 8월까지만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는 정부와 국회가 관련 법 개정 및 선거 등을 통해 뉴타운 붐을 부추긴 장본인들인 만큼 매몰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뉴타운 실패의 책임을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에게만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정부와 국회가 앞장서서 거품을 일으켰던 것 아닌가"라며 "빠른 시일 내에 국회에서 법안들이 통과돼 뉴타운 출구 전략을 시한 내에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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