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처음'·'바로'. 서경덕 성신여자대학교 교수가 말하는 창조경제는 두 단어로 압축된다. 20년 전 평범한 대학생이 훗날 세계를 누비며 한국의 문화와 역사, 이미지를 널리 알리는 '한국 홍보전문가'로 이름을 떨치게 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서경덕 교수는 12일 열린 '2013 대한민국 창조경제 포럼'에서 "창조경제를 만들려면 무엇을 위해 달려 나가야 할지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며 '창의적인 사고'(처음), '미친 실행력'(바로), '글로벌 에티켓'을 제시했다. 2009년 5월11일 미국 뉴욕타임스에 실린 'Error in NYT'(뉴욕타임스의 오류) 광고가 일례다. 일본해 단독 표기가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광고로, 그동안 진행한 30여 차례 광고 중 전 세계를 가장 시끄럽게 만들었다고 한다. 서 교수는 "뉴욕타임스의 광고국장도 수십 년간 광고 심의를 해왔는데 자신들의 잘못을 지적한 광고는 처음 봤다고 하더라"며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못했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말했다. 이후 홍보는 타이밍이라고, 워싱턴포스트·월스트리트저널의 일본해 단독 표기 오류를 지적하는 광고도 연달아 내보냈다. 그러자 파급효과가 일어났다. 뉴욕타임스는 'DOKDO, South Korea(독도, 한국)'이라고 기사 출처를 밝힌 기사를 내보냈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동해·일본해를 함께 표기하기 시작했다. 8년 전, 자비를 털어 뉴욕타임스에 첫 독도 광고를 실은 지 4년 만에 온 반응이다. 그는 "일본 정부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서는 신뢰도 높은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을 통해 여론몰이를 하며 전 세계인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봤다"면서 "이후 동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 동북공정, 아리랑, 한식 등의 광고를 꾸준히 진행해왔다"고 말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만이 답은 아니었다.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 도전정신 덕분에 가능했다. 그는 "아무리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어도 바로 행동에 옮겨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서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성공했던 프로젝트는 30% 정도고, 20대 초반부터 실수와 실패를 거듭한 끝에 이제야 성공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그가 처음 세계와 마주한 것 또한 1993년 대학교 1학년 때 '세계화'가 무엇인지 직접 느껴보겠다며 떠났던 유럽 배낭여행이었다. 당시 그는 '중국인이냐', '한국이 어디냐', '남한이냐 북한이냐' 등의 반응에 직면해야 했다. 하지만 절대 실망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는 "나라도 작은 일부터 시작해보자고 다짐하고 대학교 때 아르바이트를 한 돈으로 태극기 배지를 100개 구입하고는 해외 배낭여행 때 만난 외국인들에게 나눠줬다"면서 "배지를 달아준 게 18년 후 내 인생을 이렇게 바꿀지 절대 몰랐다"고 떠올렸다. 서 교수는 글로벌 에티켓을 지켜야 한다고도 했다. 배낭여행 중 묵었던 유스호스텔 식당에 한글로 '싸가지 마세요'라는 팻말이 적혀있었던 일화를 소개하며 "영어만 잘 한다고 글로벌 인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세계 강국 청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기초적인 예의부터 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화의 뜻이 하나로 힘을 모으다(化)에서 2000년대 초반 화합(和)으로 바뀌었다"며 "혼자 잘났다고 무언가를 이루는 노하우(know-how)의 시대가 아니라 누굴 만나, 함께 어떤 일을 벌이느냐가 중요한 노후(know-who)의 시대다. 변화를 만드는 건 바로 사람"이라고 힘줘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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