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1단계 협상이 1년 4개월 만에 타결됐다. 양국 정부는 상품 분야에서 전체 교역품목 가운데 품목 수 기준으로 90%, 수입액 기준으로는 85%에 대한 관세를 최장 20년 이내에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품목별 관세철폐 일정은 오는 11월 개시될 예정인 2단계 협상에서 다뤄진다. 서비스ㆍ투자ㆍ지적재산권ㆍ정부조달 등 비상품 분야의 무역장벽 제거 문제도 대부분 2단계 협상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중 FTA는 협상의 틀(모댈리티)을 갖춘 단계에 도달했을 뿐이다. 본격적인 협상은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한중 FTA가 2단계 협상까지 잘 진행되어 타결된다면 우리나라는 유럽연합(EU)과 미국에 이어 중국까지 세계 3대 경제권과 FTA를 맺은 나라가 된다. 전 세계 신흥국 가운데 이런 나라는 아직 없다. 게다가 중국은 우리의 최대 교역상대국이자 가까운 이웃이어서 FTA의 효과가 어느 곳보다도 더 클 것이다. 잘만 운영된다면 한중 FTA는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효과를 내줄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 리스크를 감소시키는 등 동북아시아 안보에 위협이 되는 정치외교상 갈등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는 개성공단 문제가 어떻게 처리되는지가 시금석이 될 것이다. 그러나 분야ㆍ품목별 경제적 득실로 보면, 한중 FTA 체결을 위해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가 꽤 클 수도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국내 농수산업과 중소기업이 입게 될 피해다. 그렇잖아도 저가의 중국산 농수산물과 중소기업형 제조업 제품이 국내 시장을 크게 잠식한 상황에서 한중 FTA로 수입관세마저 낮아지거나 철폐되면 그 결과는 뻔하다. 정부는 농수산물을 민감품목으로 분류해 관세철폐를 적용하지 않거나 늦추는 쪽으로 협상하겠다지만 중국이 우리가 하자는 대로 따라올 리가 없다. 품목별 협상에서 밀고 당기기가 치열할 것이다. 제조업 제품의 경우는 우리 입장에서 중소기업형 제품과 대기업형 제품을 구분한다는 것 자체가 FTA 협상에서는 무리다. 1단계 협상 타결 소식에 한중 FTA에 대한 농어민과 중소기업인의 불안감이 커졌다. 정부는 그만큼 더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그리고 이해당사자들과 의사소통하면서 2단계 협상에 임해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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